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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다시 닥친 미분양 공포에 떠는 경남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7.03.30 06:40

[데이터 읽기] “물량 앞에 장사없다”를 보여준 경남

부동산 시장에는 오래 전부터 ‘물량 앞에 장사없다’는 말이 있다. 공급이 늘어나면 반드시 시장에 충격이 온다는 뜻 정도로 해석된다. 요즘 주택 시장에 이 격언이 들어맞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지역이 경남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여파 등으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경남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분양 공포까지 닥치고 있다. 지난달 미분양 주택이 2009년 이후 7년 반만에 다시 1만가구를 돌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경남지역 미분양 주택은 1만111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1월(7785가구)과 비교하면 42.8% 급증한 것이다. 경남의 미분양 주택은 경기도(1만4492가구)에 이어 전국 두번째로 많은 것이며, 지방에서는 1위다.

2017년 2월 지역별 미분양 주택 현황. /지료=국토교통부


경남 지역 미분양 주택은 2015년말만 해도 3400여가구에 그쳤다. 저금리와 부동산 경기 회복, 조선업 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집값이 오르면서 김해, 거제, 창원 등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많았지만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했다.

경남 지역 미분양 주택은 분양가 상한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졌던 2006년~2009년에 최대 1만7000가구까지 증가했다가 2009년 7월을 기점으로 계속 1만가구 이하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역 경제를 떠받치던 조선업이 휘청거리면서 주택 시장에도 미분양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달에는 1만가구를 넘어섰다.

경남지역 미분양 주택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현재 양산시, 거제시, 창원시 등 3곳은 5월말까지 미분양 관리지역에 선정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김해시도 작년 10월 이후 4개월 동안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됐다가 지난달에야 벗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경남의 경우 조선업 등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호황을 보이면서 지난 2~3년간 주택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났던 후유증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경남의 경우 2015년 3만5780가구에 이어 2016년 5만1864가구 등 2년간 분양된 공동주택이 8만7000여가구로 서울과 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에서 가장 많았다. 5년 평균 분양 물량(2만8739가구)과 비교해도 80% 이상 많았다.

지난해 말 불이 꺼진 경남 거제시 장승포동의 빌라촌. 현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으로 빌라를 기숙사 삼아 살던 하도급 직원들이 거제시를 떠나면서 세 채 중 한 채는 비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주택 시장을 뒷받침할 경남 지역의 각종 경기 지표가 최악이어서 당분간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경영난으로 추가 공적자금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삼성중공업도 수주 부진이 극심하다. 경남지역 경제활동인구도 급감하고 있다. 2015년 3분기 5만3000명이었던 경남지역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 3분기 3만1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측은 “조선업 수주 감소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고 자동차는 소형차의 수요회복 부진으로 완성차 생산이 저조해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남의 경우 지난해 신규 주택 인허가 물량만 6만1000여가구에 달해 2015년과 합치면 10만가구를 넘는 만큼 이들 물량이 시장에 모두 공급된다면 공급 과잉 부담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먼 경남의 경우 2013년부터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 2015년까지 3년 연속 올랐지만 지난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2월까지 전년대비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경기를 감안하면 인허가 물량이 제대로 시장에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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