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 몰려 상업지 급등, 올해는 주거지 땅값도 상승세로
경기 회복으로 공실률 줄면서 오피스빌딩 수요도 꾸준히 늘어
"인구 줄고 고령화 되더라도 경제 활성화 되면 부동산 상승"
지난달 7일 일본 오사카 지하철 난바역에서 내려 도톤보리 거리로 나오니 화려한 네온사인이 빼곡한 상점가에 저녁 식사 장소를 찾는 행인들이 북적였다. 여기저기서 중국어·한국어가 들려왔고, 상당수 식당이 점포 앞에 한국어·영어·중국어 메뉴판을 내걸고 있었다. 인파를 헤치며 5분 정도 걷자, 'づぼらや(즈보라야)'란 간판에 복어 모양의 풍선이 매달린 상가 건물이 나타났다. 이 상가의 공시지가는 지난 1년 동안에만 41.3% 올랐다.
일본의 전국 평균 부동산 가격이 2년 연속 상승했다. 일본은 '인구 감소로 부동산 시장이 종말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상업지역에 이어 올해는 주거지역 땅값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전반적으로 되살아난 데다 중국 등 외국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도심 개발 붐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광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 끌어올려
지난 21일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7년 전국 평균 공시지가가 0.4% 올랐다고 밝혔다. 작년에 이은 2년 연속 상승이다. 일본은 인구가 2010년 1억2805만명을 정점으로 올 3월 현재 1억2676만명까지 줄었다. 인구 감소로 인해 부동산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지배했고 실제 공시지가는 2015년까지 7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번에 상승세를 주도한 건 대도시 상업지역이었다. 도쿄·나고야·오사카 등 3대 도시 상업지 땅값이 3.3% 상승했다. 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 등 이른바 '지방 핵심 4시(市)'는 6.9% 올랐다.
국토교통성은 대도시 상업지 땅값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점포·호텔 수요의 증가'를 꼽았다. 2011년 622만명이던 방일(訪日) 관광객 수는 지난해 2404만명으로 급증했다. '맛집 타운'으로 관광객에게 인기를 끄는 오사카 도톤보리 상업지역에는 한 번에 10~40%가 오른 상가도 많았다. 기존 상업시설 철거에 이은 대형 상업용 빌딩 재건축 붐이 불고 있는 도쿄 긴자의 상업지역도 29%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경기 회복으로 오피스 공실률이 줄면서, 오피스 빌딩 수요도 꾸준히 늘었다"고 보도했다.
◇교통 여건 좋아진 지역 집값 급등
주택지 가격도 전국적으론 0.02% 올랐다. 도쿄 등 3대 대도시는 0.5%, 지방 4개 시는 2.8%가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저(低)금리 환경과 주택 담보 대출에 대한 감세(減稅) 등 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전했다.
특히 '교통 여건'이 개선된 주택가의 땅값이 급등했다. 센다이시의 경우 2015년 말 개통한 센다이 지하철 도자이(東西)선 효과로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 상위 10곳 중 7곳을 차지했다. 야쿠시도역(驛) 인근 주택의 경우 12.3%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칸센과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 정비 외에도 재개발이 땅값 상승을 이끌었다"며 "통근이나 쇼핑에 편리한 역세권 땅값이 오르고, 역에서 먼 곳 땅값은 하락하는 양극화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권은 25년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하지만 마이너스 폭은 7년 연속 줄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일본의 사례는 인구가 줄더라도 경제 활성화 여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얼마든지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