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가(高價)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지난 1일(현지시각) 발간한 ‘2017 부자 보고서(The Wealth Report)’에 따르면 서울 고급 아파트값은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16.61% 급등했다. 전 세계 4번째로 오름폭이 크다.
‘톱(top) 3’는 모두 중국이 차지했다. 상하이(27.4%), 베이징(26.8%), 광저우(26.6%)가 1~3위에 올랐다. 서울은 중국 3개 도시 바로 아래 위치했고, 뉴질랜드 오클랜드(5위·16%), 캐나다 토론토(6위·15.1%)·밴쿠버(7위·14.5%) 등도 상승폭이 컸다. 뉴욕은 3.5%(22위), 홍콩은 2.1%(28위) 올랐고, 런던(-6.3%·92위)과 도쿄(-8.79%·97위)는 1년 전보다 오히려 집값이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나이트 프랭크가 지난 1월 전 세계 150개 도시의 1년간(2015년 3분기~작년 3분기) 평균 집값 상승률을 분석한 ‘글로벌 주거 도시 지수’에서 서울 평균 집값은 3.1% 상승해 전 세계 91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즉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서울 평균 집값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는데, 고가 주택 가격만 큰 폭으로 올랐다.
나이트 프랭크 한국지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각국 도시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만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서울은 거래량이 많고 가격대가 높은 강남권에서도 매매가격이 상위 5% 이내, 준공연도가 오래되지 않은 중대형 주택이 조사대상”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재건축발(發) 부동산 훈풍 속에 지난해 강남권 고가 아파트 매매가는 질주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169.31㎡는 2015년 4분기 평균 25억원에 거래됐는데, 1년 뒤(2016년 4분기) 평균 27억7500만원에 매매됐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75.05㎡도 같은기간 36억3000만원에서 39억5000만원으로 3억원 정도 매매가격이 치솟았다.
지난해 새로 입주한 아파트도 강남권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달 전용면적 112.96㎡가 27억원(3.3㎡당 7890만원)에 팔리면서 래미안퍼스티지를 꺾고 반포동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같은달 입주한 강남구 수서동 ‘강남 더샵 포레스트’ 전용면적 208㎡도 지난해 4억원 이상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26억5551만원에 거래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강남은 교통뿐 아니라 교육·주거·상업시설 모두 뛰어나 고급 주거 수요가 몰리는 곳”이라며 “특히 한강 조망이 가능한 중대형 아파트는 희소성이 높아 가격이 더 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고가 주택 집값만 큰 폭으로 오른 데 대해선 “경제 불황기라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전국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서울·부산만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지역별 양극화도 심화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