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며 지상 77층 규모 국내 최고층 주상복합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여의도 서울아파트가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 ‘시간 싸움’에 들어갔다.
1976년 건설된 서울아파트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재건축을 꾸준히 추진한 끝에 20여년만인 지난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작년 4월 주민총회를 거쳐 주민들이 결성한 재건축 사업단과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할 후보자로 GS건설과 여의공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뽑으면서 곧 재건축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집값도 즉각 반응했다. 작년 4월 이후 주택형에 따라 시세가 4억~6억원 넘게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제 서울아파트는 지상 12층짜리 2개동, 192가구에 불과하지만 여의도에서 가장 비싼 ‘황제주’로 등극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3.3㎡(1평)당 평균 시세가 4400만원을 웃돈다. 공급면적 228㎡(68평)는 시세가 30억원, 평당 4411만원에 달한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수정(평당 3400만원), 시범(평당 3200만원)보다 평당 1000만원 이상 비싸다.
여의도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아파트는 한강 조망 측면에서 여의도는 물론 서울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된다”면서 “상업지역에 짓는 아파트여서 잠실이나 강남처럼 35층 층수 제한도 받지 않아 몸값이 더 치솟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아파트는 LG트윈타워 바로 뒤편에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이 바로 옆에 붙은 초역세권이다.
그런데 최근 GS건설이 사업 참여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통보하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 재건축 사업단 측이 당초 의도했던 두 업체간 경쟁 구도가 깨져버리게 된 것. 사업단 측은 대형사인 GS건설과 중소업체이지만 재건축 수행 경험이 풍부한 여의공영을 경쟁시키면 더 좋은 조건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아파트는 다른 아파트들과 재건축 추진 방식이 다르다. 일반적인 아파트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서울아파트는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서울아파트가 ‘상업지역의 300가구 미만 아파트’에 적용됐던 소유주 대상 분양 불가 규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GS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와 달리 건축법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 결과를 토대로 건축법에 따른 재건축은 주민 100% 동의가 먼저 진행되어야만 사업 참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사업단은 딜레마에 빠졌다. 향후 집값을 좌우할 메이저 브랜드를 쉽게 포기하기 힘든 반면 도정법으로 전환할 경우 각종 규제로 인해 주민들의 개발이익이 대폭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정법 방식으로 바꿀 경우 당장 재건축 용적률이 현재 600~700%에서 400% 이하로 떨어진다. 전용 85㎡ 이하 소형주택을 새로 짓는 주택의 60% 이상 넣어야 하고, 임대주택도 지어야 할 수 있다. 올해 말로 유예기간이 끝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피할 수가 없다. 건축법 방식에서는 이런 규제가 없다.
시간도 문제다. 도정법 방식으로 추진하면 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사업 완공까지 8~10년이 소요된다. 반면 건축법의 경우 조합설립, 관리처분인가 등이 필요없어 최소 4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유주들 전체로 보면 개발 이익이 최소 1000억원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GS건설과 달리 여의공영 측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을 시공 파트너로 내정하고 당초 계획대로 건축법 방식에 따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주민 100% 동의가 필요한 건축법 규정을 피해 사업을 풀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어차피 가격도 단기 급등한 만큼 투자자들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