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매일 살얼음판" 4만명 아파트 중도금 못구해 전전긍긍

뉴스 이윤정 기자
입력 2017.02.21 15:15

금융기관의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기피 여파로 전국 50여개 사업장에서 3만9000여명이 중도금 대출 확약을 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상 아파트 분양 대금은 계약금 10~20%를 먼저 내고 입주 전까지 4~6회에 걸쳐 중도금 60~70%를 나눠낸 이후 입주 때 잔금 20%를 낸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계약자들이 금융기관에서 중도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고 보증을 서기 때문에 ‘집단대출’이라고 부른다. 은행이 집단대출을 거부할 경우 계약자가 직접 대출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개인 신용에 따라 대출을 못받을 수도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분양했던 한 재건축 아파트 모델하우스. /연합뉴스


■전국 50개 아파트, 중도금 대출 은행 못구해

한국주택협회는 21일 “지난달 말까지 분양을 마쳤는데도 금융기관과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맺지 못한 아파트 사업장이 전국 50개 단지(3만9000가구), 대출 규모로는 9조858억여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우선 지난해 10월 17일 이전에 분양했지만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한 26개 단지(4조원·2만2000가구) 중 절반인 13개 단지(2조3000억원·1만2000가구)가 아직도 대출 은행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차 중도금 납부 시기가 이미 지났거나 도래해 중도금 납부 유예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18일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신규 분양된 52개 아파트 중 중도금 대출 협약이 끝난 곳은 15개 아파트(1만826가구)에 그쳤다. 나머지 37개 아파트(2만7367가구, 6조6981억원)는 아직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한 채 협의를 진행 중이다.

금융기관은 계약이 100% 완료된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에 대해서도 집단대출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공공택지에서 분양된 18개 사업장 중 12곳(5094가구·2조312억원)가 중도금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했다. 단지 규모가 커 중도금 대출이 많은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역시 18곳 중 13곳이 중도금 대출 은행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계약률이 95%를 넘어선 30개 아파트 중 절반 이상인 17개 아파트도 대출을 받지 못할 만큼 금융권 대출 태도가 경직돼 있다”며 “분양 현장에서는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우수 사업장은 배제하거나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의지를 꺾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도금 대출금리도 4%대로 치솟아

은행들의 중도금 대출 기피 현상이 계속되면서 중도금 대출 이자 역시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분양계약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결과, 중도금 대출을 조달한 아파트 110곳 중 1금융권이 68곳, 2금융권이 52곳이었다.

이 가운데 1금융권 68곳 중 대출금리가 파악된 36곳의 평균 금리는 3.90%였다. 평균 3.5% 선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이후 집단대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아도 그 차이가 0.1%포인트 안팎에 불과했지만, 그 격차가 0.4%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이 중도금 대출 심사의 정확한 기준도 없이 심사를 강화하고 금리를 올리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금융기관은 일률적으로 70% 이상 높은 계약률을 요구하거나, 계약률이 양호해도 입지 등을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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