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뜨거웠던 부동산 열풍…전국 271개 시·군·구 분석
오는 4월 입주하는 경남 양산시 물금지구 ‘양산 EG더원 2차’ 아파트는 작년 한 해 전체 1768가구의 72.5%인 1281가구 분양권이 전매(轉賣)됐다. 분양은 2014년 11월이었고, 전매 제한 기간(1년)이 해제된 지도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분양권 거래가 활발하다. 분양권에 대한 웃돈도 3000만~4000만원 정도 붙어 있다. 양산신도시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산에서 웬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양산 신도시에 아파트 하나는 분양받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외지인 투자가 많다”면서 “3~4차례 전매된 주택도 많고 투자자들도 웃돈을 아주 많이 기대하지 않고 거래를 빠르게 진행한다”고 말했다.
본지가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와 함께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271개 시·군·구의 아파트 매매거래와 분양권 전매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초자치단체 중 경남 양산시 분양권 거래가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전매 거래가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수요가 시장을 장악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양산 전매 건수 서울보다 많아
양산시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아파트 전매거래가 1만859건 이뤄졌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고다. 작년 한 해 서울 전체 전매 거래건수(1만797건)보다 많다. 작년 분양권 실거래액도 2조683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3년간 양산시에선 분양된 물량이 2만4860가구이니 지난해 한 해 동안 최근 3년 분양 물량의 44%가 전매된 셈이다. 장성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양산시 지회장은 “양산 물금신도시는 부산시와 바짝 붙어 있고, 지하철도 연결되어 있어 부산으로 출퇴근하는 실수요와 부산·경남 투자세력이 몰렸다”며 “신도시인데다 분양가도 저렴해 일단 분양을 받아놓고 보자는 수요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동탄2신도시가 있는 경기 화성시가 작년 한 해 전매건수(7155건) 전국 2위에 올랐고, 공무원 유입 인구가 증가하며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른 세종시(6806건)가 3위였다. 대구 달성군(6705건), 부산 강서구(4315건)도 전매 건수가 많은 지역이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화성과 세종시를 제외하면 분양권 전매가 많았던 5곳 중 3곳이 경남 지역이고, 특히 부산 동구·경남 양산·부산 강서구는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 중 44~58%가 전매”라며 “그만큼 작년 한 해 경남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고, 투자 수요도 활발히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조성 중인 신도시에 투자수요 몰려
전매거래가 많았던 상위 5개 지역은 모두 대도시 외곽으로, 신도시가 조성 중이란 공통점이 있다. 양산에는 물금읍 양산신도시, 화성에는 동탄2신도시, 대구 달성군은 테크노폴리스, 부산 강서구에는 명지국제신도시와 에코델타시티가 조성 중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도시의 위성도시 격인 이 지역들은 택지 개발과 함께 산업단지 개발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개발 호재에 따라 신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투자 세력이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도 양산시는 부산·경남 지자체 중 외지인 부동산 거래가 2만5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LH 경남지역본부 관계자는 “특히 양산은 전매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2011년 3.3㎡당 700만원 하던 아파트 값이 현재 1000만원으로 수직 상승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가 꺾이면 이러한 전매 거래 비율이 높은 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지방 소도시에서 전매 거래가 폭증하는 건 ‘메뚜기떼’처럼 투자 세력이 저평가된 지역을 돌아다니며 차익을 챙기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메뚜기떼가 떠나면 남는 게 거의 없듯이, 투자 세력이 휩쓸고 지나간 시장은 거래 절벽이나 가격 하락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