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분양만 했다 하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일주일 안에 완판되는 시절은 끝났다고 봐야죠."
23일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11·3 대책 이후 청약 시장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11월 3일 서울 등 일부 지역의 1순위 청약 요건과 전매 제한 등을 강화한 대책이 나오고, 대출 규제까지 겹치자 최근 2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청약 시장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우선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폭증세가 주춤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 가입자 수는 총 33만476명으로 11월 신규 가입자 수(44만6154명)보다 26% 감소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겨울 비수기와 규제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면서 사실상 웃돈을 노린 '청약 재테크'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분양만 했다 하면 평균 수십,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계약 일주일 만에 완판됐던 단지도 사라졌다. 지난주 청약을 접수한 서울 중구 신당동 '신당 KCC스위첸'은 올해 분양하는 첫 강북 재개발 아파트임에도 평균 경쟁률이 7.4 대 1이었고, 지난 9일 청약 접수를 받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단지인 '방배아트자이'도 평균 9.8 대 1에 그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아파트 분양만 했다 하면 3일 안에 완판이 되던 2015~2016년이 과열됐던 것"이라며 "이제야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청약을 받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 리오센트'는 저층을 중심으로 20여가구가 남아 있고, 작년 말 서울에서 분양한 '연희 파크 푸르지오' '목동파크자이'도 분양한 지 1~2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계약분이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 붙었던 억대 프리미엄도 사라졌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의 경우 매도 희망자들이 1억원 넘게 웃돈을 기대하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며 "억대 프리미엄이 사실상 호가(呼價)로만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