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으로 전세금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액 규모도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34조485억원으로 2015년(23조6636억원)보다 10조3849억원 늘었다. 이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증가액(5조8118억원)보다 두 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30조원대를 돌파한 전세자금 대출 잔액 역시 6년 사이에 약 15배 폭증했다.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10년 기준 2조3196억원이었다. 그러나 계속된 전세금 상승세로 2012년 말 10조원을 넘어섰고, 2014년엔 연간 증가액이 처음으로 5조원대로 올라섰다.
전세자금 대출 증가는 소득으로는 전세금 상승세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평균 전세금은 2014년 말 2억9368만원이었다. 그러나 2년 만에 4억2051만원으로 1억2000여만원 상승했다.
문제는 전세금이 수직하는 것과 달리 국민들의 소득 수준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세금은 뛰는데 소득은 늘어나지 않다보니 은행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에서 밀려나 상대적으로 전세 물량이 많고 가격도 저렴한 경기도로 이주하는 '전세난민'도 많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경기도 평균 전세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억5168만원이다. 이는 서울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억2000만원으로 서울 평균 전세금보다 낮다. 서울 전세금이면 경기도에 집 한채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거래된 주택 중 15.4%를 서울 거주자들이 샀다. 이는 2015년(13.5%)에 비해 2%포인트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