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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있네, 담·정원·거실 '시멘트 벽돌' 세겹 두른 집

뉴스 최락선 기자
입력 2017.01.20 04:00

[공간의 변신] 두 딸의 안전을 생각한 부암동 벽돌집

유진이네 집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북악 스카이웨이로 올라가는 길에 있다. 부모는 두 딸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겠다고 마음먹은지 5년 만에 이 집을 만났다. 길 건너편에 24시간 운용하는 군 초소가 집을 바라보고 있어 이만한 집이 없었다.

서울 부암동 유진이네 집 정원과 테라스. /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유진이네 부모는 35년 된 양옥집을 헐고 새로 지을 생각으로 여러 건축가를 만났다. 그러다 알게 된 김재관 무회건축사무소 대표에게서 고쳐쓰자는 제안을 받았다. 집 주인은 애초 계획을 바꿔 김 대표에게 집수리를 맡겼다.

“정서가 통하는 걸 느꼈어요. 집과 터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어요. 옛날 집의 조건에 맞춰 끝까지 고심하는 것이 보였으니까요.”

김 대표는 열달 동안 집을 고쳤다. 이 집은 시멘트 벽돌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벽돌로 담을 두르고, 정원과 테라스를 나누고 ,거실 벽면에는 인테리어 소재로도 사용했다. 집주인은 2013년 봄, 이 집으로 이사왔고 5년째 살고 있다. 대지 316㎡, 건물 127㎡ 면적으로 집수리 비용은 신축의 3분의 2쯤 들었다.

옛날 집의 축대 위에 쌓아올린 시멘트 벽돌담. /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멋부리지 않은 벽돌담의 멋
담은 시멘트 벽돌을 쌓아올렸다. 옛날 집 축대를 바탕으로 벽을 헐 때 나온 벽돌을 골라내 가지런히 배열했다. 그 위에 시멘트 벽돌을 쌓아올려 담을 만들었다. 담에 멋을 부리지 않았다. 플라스틱 배수관도 옛날처럼 드러낼 정도다.

만약 벽돌을 빼곡하게 이어붙였다면 산성처럼 견고하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산바람이 집안으로 흘러가도록 듬성듬성 벽돌만한 공간을 냈다. 그 틈으로 크고 작은 나무들이 담 밖으로 팔을 벌릴 수 있다.

“이 집의 담은 낡아서 교체 대상이기도 했지만 담은 외부와 만나는 최전선이에요. 집의 첫 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벽돌담을 아름답게 보이려고 꾸미지 않았습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면 벽돌담이 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오직 기능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옛날 집은 대문이 벽돌담 가운데에 있었고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면 현관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아니다. 대문은 담을 따라 올라가다 코너를 돌면 나온다. 외부에서 가족들이 집에 출입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중시한 집주인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시 한번 벽돌로 구분된 정원, 테라스를 만난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테라스에도 벽돌을 쌓아 외부의 시선을 차단했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테라스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대문쪽을 바라본 모습./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현관 쪽에서 바라본 테라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인왕산 자락이 보인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대문을 열면 정원이 보인다. 시선이 멀어질수록 땅은 경사지게 움푹 들어가 있다. 옛날 집 계단이 있던 자리인데 의도적으로 평평하게 만들지 않았다. 낮은 벽돌담이 정원 우측 테라스를 따라 질서있게 서있으면서 집안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외부의 시선을 한 번 더 가려주고 집 밖의 차소리, 사람소리를 튕겨낸다. 반대로 집 안에서는 집 밖의 움직임과 풍경을 보는데 무리가 없다. 옛날 집 굴뚝은 헐지않고 살려내 이 집의 영속성을 이어가게 했다.

테라스 앞에 조명탑을 세워 야외 테이블에서 가족들이 쉴 때 지장을 주지 않도록 배려했다. 김 대표는 “벽돌담 위에 산자락을 얹고 싶었다”고 했는데 테라스에서는 인왕산을 두번째 정원으로 만든 셈이다.

조명을 켜지 않아도 천장에서 볕이 내려온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소나무 원목 바닥의 피아노방에서 바라본 거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부엌 우측 문을 열면 시선은 테라스, 벽돌담까지 관통하게 된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벽과 부엌 사이, 딸들의 방으로 가는 통로./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거실 테이블에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모습. 서까래에 볕이 스며들었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집 주인의 침실./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집안 중심에 식당·부엌, 방은 귀퉁이로
집 안의 중심에는 거실 겸 식당, 부엌을 배치했고 방은 귀퉁이로 몰았다. 옛집 구조는 싹 뜯어고쳤다.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을 느낄 수 있다. 집 밖에 구름이 지나갈 땐 거실은 어두워졌다가 걷히면 밝아진다. 옛날 집 천장을 뜯을 때 흙속에 묻혀있던 서까래는 살려내 그대로 노출했다.

천장에서 내려온 빛은 검은색 타일의 바닥에 꽂혔다가 벽으로 퍼지면서 집 안에 장엄함을 빚어낸다. 실내를 둘러싼 시멘트 벽돌은 바닥부터 서까래 아래까지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다. 몰타르를 섞지 않고 마찰력으로만 쌓았다.

“벽돌은 베이직하죠. 색깔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삶이 중요한거지 벽이 중요한거 아니죠. 가급적 조용해져야 해요. 벽은 벽돌의 성질이 아니라 질서를 말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부드러우면서도 엄격함이 존재해요. 집에는 그런 존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이 주인의 삶에 대한 태도를 알려주는거죠.”

집주인도 집 안을 치장을 하지 않았다. 볕이 제일 잘 드는 방에 피아노를 놓았고 침실의 크기는 메트리스 하나가 들어갈 만큼이다. 집주인과 건축가의 정서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주인은 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세를 놓고 인근에 새 집을 찾았고 다시 수리를 하고 있다. 중학생이던 딸들은 대학생이 됐기 때문에 가족의 라이프스타일도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거주 공간도 바뀌는 것이다.

“여길 떠날 거라는 생각을 안 했는데 변화가 생기네요. 경제적으로 따지면 팔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이 집은 나의 느낌을 알아요. 쉬고 싶을 때 구체적으로 공간을 떠올리거든요. 공간 안에 있는 나를 많이 의식해요. 아이들과의 기억을 간직한 이 공간을 놓을 수가 없네요”

옛날 집./사진=무회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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