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땅집고(realty.chosun.com)는 우리나라 국토와 토지 조사 공기업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발간한 인구·주택전망 보고서인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를 입수해 독점 공개한다. 이 보고서는 사회·경영분야 미래예측시스템인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이용해 2050년까지 우리나라의 인구와 가구, 사회 주택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것이다.
[2050 코리아 대예측②] “15년후 중·고등학생 3분의 1 사라진다”
“대학생들 보고 원룸을 막 지어놨는데, 학생 수가 자꾸 줄어드니까 별 수 있나요. 우리 동네 전체로 보면 원룸의 20~30%는 비었을 겁니다.”
경북 경주시 선도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좀 오래된 원룸 건물 중 절반 이상 빈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인근 A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원룸이 350여실 몰려있다.
A대학은 2011년만 해도 학생이 1400여명에 달했지만 현재 700여명으로 ‘반토막’ 났다. 학생 수가 줄어들다보니 빈 원룸로 늘고 임대료는 월 30만원 안팎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식당·술집 등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상권도 위축됐다.
한국 사회에서 진행 중인 ‘인구 절벽’ 충격이 경주에서는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 이 대학뿐 아니라 대도시권을 제외한 지방 사립대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선동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1개 대학이 최근 3년간 1회 이상 학생 충원율 70% 이하를 기록했다. 정원 10명 중 7명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학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에 다니는 학령인구(學齡人口) 감소 현상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의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은 2010년 414만명에서 2030년에는 262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년 만에 3분의 1 이상(152만명) 감소하는 셈이다. 2050년에는 중·고교생 수가 더 줄어 236만명으로 2010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저출산과 수명 연장이 함께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감소는 완만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젊은층에선 저출산 영향으로 인구 절벽 현상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의 고객인 중·고생 수가 줄면 지방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우리나라 대학은 철저하게 ‘서열화’ 돼 있어 학생 수가 모든 학교에서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서열이 낮은 지방대부터 신입생 수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 정부도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329개 대학에서 2017~2018년 2년간 1만2767명의 정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방대 감축 정원이 7931명(수도권 4836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의 폐교를 비롯한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대학 정원의 감축이나 폐교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인 부동산과 상권까지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지방 도시에서는 이미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수도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인데 그나마 유일한 버팀목인 지역 대학까지 폐교하거나 정원이 줄면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방 대학가 주변 부동산과 상권 몰락은 인구 절벽 충격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