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키워드〉를 피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구청에 조합원 분담금 등을 정한 재건축 관리 처분 계획 승인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 설립 인가→사업 시행 인가→관리 처분 계획 승인' 순으로 진행된다. 올해 말까지 관리 처분 계획을 접수하지 못하면 내년부터는 재건축을 해 조합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조합 관계자는 "늦어도 올 3월까지는 정비 계획을 확정하고, 상반기 중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아 올해 안에 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며 "최대한 속도를 내서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피하는 것이 '지상 과제'"라고 했다.
전국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가 부활하면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되는 금액이 늘어나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고, 개발 차익이 줄어든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환수제가 부활하면 사실상 강남 재건축 단지는 시세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많은 단지가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승부 보자" 속도 내는 재건축 조합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486개다. 이 중 이미 관리 처분 계획을 승인받은 133곳은 예정대로 추진하면 되고, 이 가운데 조합 설립 인가를 받고 아직 관리 처분 인가를 받지 못한 182개 단지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피하려고 올해 재건축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작년 4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는 현재 관리 처분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3차는 2015년 2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후 1년10개월 만인 작년 12월 말 관리 처분 총회를 열어 계획을 확정했다. 삼호가든3차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후 조합 내부 갈등으로 사업 속도가 늦었는데,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부활 시점이 다가오자 '어떻게든 빨리 봉합하고 관리 처분 계획을 승인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겨 최근 갈등이 수습됐다"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초기인 조합 설립 인가 단계인 단지들도 올해 안에 '승부'를 보기 위해 더욱 서두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는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정비 계획 변경안을 제출했고, 서초구 신반포3차·7차, 한신4지구 등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 중순에는 도시계획위원회에 보통 3~4건의 정비 계획 변경안이 올라왔는데, 작년 말부터는 초과 이익 환수제를 피하려는 단지들이 몰리면서 9~10건의 정비 계획 심의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신탁 형식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도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신탁 형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도 늘고 있다. 신탁 형식 재건축은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재건축 사업을 도맡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돼 1~3년 정도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는 지난 7일 총회를 열고 KB부동산신탁을 사업 시행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고,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지난 12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예비 신탁업체로 선정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방배 삼호아파트 등도 신탁 방식 재건축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여러 갈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단지들이 올해 안에 어떻게든 사업을 추진하려고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된 것으로 재건축을 통해 조합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2013년부터 한시적 유예를 했는데 올해 말로 유예 기간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