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떡볶이촌 한눈에 사로잡은 '늘씬한 빌딩'

뉴스 이재은 기자
입력 2017.01.09 04:00

[아름다운 건물] 서울 신당동 ‘다공’

떡볶이타운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신당동 다산로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확 들어오는 건물이 있다. 키 작은 3~4층짜리 상가들 사이로 우뚝 솟은 이 건물은 2015년 5월 완공한 ‘다공’이다. 천편일률적인 상가 건물 사이에서 ‘다공’이 눈에 띄는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 때문이다. 몸통이 굴곡진 ‘다공’에는 캡슐 모양 타원형 창문이 2개층에 걸쳐 엇갈리게 달려있어, 언뜻 보면 건물 층수를 가늠하기 힘들다.

서울 신당동 다산로에 위치한 '다공'. 캡슐 모양의 타원형 창이 2개층에 걸쳐 엇갈리게 달려있어 언뜻 봐서는 건물의 층수를 가늠하기 어렵다. / 건축사진가 윤준환 제공


이 빌딩 건축주는 4~5년 전부터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다산로에 “일반적이지 않고 기억에 남을 만한” 건물을 짓고 싶어했다. 그런데 막상 인허가까지 받고 시공 직전까지 갔는데 설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건축주는 막판에 건축사 사무소를 바꿔 설계를 새로 요청했다.

땅집고(realty.chosun.com)가 ‘다공’의 설계를 맡은 AnL스튜디오의 신민재 소장과 안기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AnL스튜디오의 신민재(40) 소장과 안기현(40)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2016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 조선일보DB


―‘다공’의 설계 과정은.
▶신민재 소장: 건축주 두분이 이미 인허가를 받은 상태였고, 시공업체를 찾던 중이었는데 설계를 마음에 안들어 했어요. 한분이 패션 디자이너였는데 기존 설계가 너무 일반적이라고 하셨죠. 그래서 인허가까지 받은 건물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건물이 신당동 다산로에 있는데, 최근 5년 전후로 3~4층짜리 건물만 있던 거리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건축주는 “10년 이내에 높은 빌딩이 많이 들어설 것 같다”면서 “오래도록 인지도 있고 개성있는 새 건물이면 좋겠다고 했죠.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신민재 소장: 일단 대지가 작고 예산도 제한이 있었습니다. 정해진 범위에서 날씬하고 키 크고 모양도 일반적이지 않은 건물을 구상했습니다. 설계를 새로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어요.

두 건축가는 '다공'의 창문을 2개층에 걸쳐 엇갈리게 배치했다. / 건축사진가 윤준환 제공


-어떤 느낌을 살리려고 했나요.
▶신민재 소장: 우선 같은 높이여도 키가 커 보이는 효과를 주고 싶었어요. 총 11개층인데 전부 세를 놓을 것을 염두에 둔 공간이죠. 외부를 바라보는 창의 형태가 11개층이 모두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11개층 모두 평면이 조금씩 다릅니다. 창문이나 개구부 모습도 다 다릅니다. 임대 계약을 맺으러 오는 사람은 모든 층을 다 봐야 합니다.
외관에는 2개층에 걸쳐 있는 창문을 엇갈리게 배치했어요. 창이 세로로 길기 때문에 언뜻보면 몇 층인지를 잘 모릅니다. 대지 면적이 크지 않아 저층부는 홀쭉하게 줄였어요. 몸체에 웨이브(굴곡)를 줘서 날씬해 보이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을 살렸죠. 창문이 엇갈려 있으니까 층별로 개구부 크기는 비슷한데 모양은 다 달라요. 벽이랑 기둥도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실내 재료는 3가지를 층별로 변화를 주면서 설치했다. / 건축사진가 윤준환 제공


실내에는 3가지 재료를 층별로 변화를 주면서 활용했어요. 예를 들어 3·6·9층에는 석재 타일을 활용했고 2·5·8층에는 에폭시를, 외부로 발코니가 생기는 나머지 층에는 울퉁불퉁한 느낌의 석재를 썼어요. 층별로 벽의 기울기나 창문의 형태도 조금씩 다른데 재료까지 조합이 어긋나니까 사용자 관점에서는 층별로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납니다.

'다공'은 층별로 벽의 기울기나 창문의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 / 건축사진가 윤준환 제공


신 소장과 안 교수는 ‘다공’을 포함한 건축물로 2016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두 건축가에 대해 “물리적인 공간을 창의적으로 조직하는 건축가”라고 평가했다. AnL스튜디오는 2008년 안 교수와 이민수 건축가가 팀을 꾸려 활동하다가 2011년 신 소장이 합류했다. 안 교수는 “나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편이고 신 소장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편이어서 상호 보완되는 관계”라고 말했다.

멀리서도 한눈에 확 들어오는 신당동 '다공'. / 건축사진가 윤준환 제공


-AnL 스튜디오만의 건축 철학이 있다면.
▶안기현 교수: 특별한 건축 철학은 없어요. 첫째는 우리가 만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감사하게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건축물의 주인은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할 사람들이잖아요. 둘째는 어떤 방식이 좋다고 반복하는 게 아니라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는 겁니다. 여러 시도를 하면서 어떤 게 우리 것인지, 맞는 옷은 무엇인지 찾아가는 중입니다.

▶신민재 소장: AnL만의 건축 철학을 규정짓고 싶지 않아요. 오늘은 판테온을 만들고 내일은 DDP를 설계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요. 세상이 워낙 빨리 바뀌다보니 건축도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시대에요. 요구도 다양해지고 변화의 속도 역시 빨라지니까 새로운 것이 나타날 때마다 재빨리 받아들이고, 완성도 있는 건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신당동 다산로에 위치한 '다공'의 모습. / 건축사진가 윤준환 제공


-앞으로 지어보고 싶은 건축물은.
▶안기현 교수: 안해본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신민재 소장: 지난 몇 년간 작은 규모의 건물과 주택을 해왔는데 큰 건물 설계에 참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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