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일에 1개층씩 골조 올라간 '마천루의 제왕'

뉴스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입력 2017.01.08 03:0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⑬마천루 너머 마천루

중동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석유 고갈에 대비해 두바이를 관광과 경제의 허브(hub)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두바이에 다양한 개발 사업을 활발히 추진했다. 이 중 ‘버즈 두바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될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와 세계 최대 쇼핑몰이 될 두바이몰, 그리고 오피스단지인 비즈니스 허브, 고급 주거단지, 아파트단지 등을 함께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핵심이 ‘부르즈 칼리파’이다.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높이 828m, 160층 규모이다. 여의도 63빌딩의 3배 높이에 이르는 부르즈 칼리파는 고층부에 아파트·호텔·사무공간을, 저층부에 쇼핑센터 등 상업 시설을 갖춘 복합 빌딩이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부르즈 칼리파'는 사막의 꽃을 형상화한 모양으로 2010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올라있다.


■두바이 고유의 ‘사막의 꽃’ 형상

초고층 건물은 1990년대 후반부터 그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높이와 함께 지역적, 문화적인 상징성이 보다 많이 표현되고 있다. 이슬람적 형태 요소인 팔각형 별의 평면을 사용한 ‘페트로나스타워’(말레이시아 소재)와 대나무를 연상케 하는 ‘타이베이101’(대만 소재)이 대표적이다. 시어즈타워의 설계사이기도 한 SOM사도 부르즈 칼리파의 설계에 걸프만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인 맥락을 적용했다. 이에 건물은 두바이 고유의 사막의 꽃(Blue Dick)의 형상과 이슬람 건축 양식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평면 형태는 중앙 코어를 중심으로 꽃잎 모양을 가진 3개의 평면들이 연결된 Y자이며, 평면은 상부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후퇴해 기준층인 7층에서 957평인 면적은 147층에서는 230평으로 줄어든다.

상층부로 갈수록 점차 줄어드는 평면은 하중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 외에 전경을 최대한 조망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준다. 또한 해안가의 강한 바람에 대한 영향을 줄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건물 자체는 거대한 높이에도 불구하고 둔탁하지 않고, 날렵한 느낌을 주는 형상을 띠게 됐다. 건물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와 철골의 혼합 구조로 153층까지는 철근 콘크리트, 154층부터는 철골 구조다. 건물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800kg/㎠의 고강도 콘크리트다. 특히 건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부르즈 칼리파는 최대 초속 36.4m의 바람과 규모 7.0 이상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부르즈 칼리파는 3일에 1개층씩 골조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첨단 공법을 사용했다.


■3일에 1개층 올리는 최단기 시공

부르즈 칼리파는 여러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신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베식스(벨기에), 아랍텍(UAE)과 컨소시엄을 이뤄 공사했다. 총 8억 7600만 달러에 이 공사를 낙찰받은 삼성컨소시엄은 160층 이상이 될 건물을 47개월이란 기간 내에 완공해야 했다.

페트로나스타워를 조기 준공한 경험이 있는 삼성물산은 공기(工期) 단축 방법으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해 층당 3일의 공사가 가능한 공정을 마련했다. 타워크레인의 양중 없이 콘크리트 타설이 가능하도록 형틀 자체의 유압잭을 이용해 상승하는 형틀 시스템, 2개 층의 철근을 지상에서 사전 조립한 후 들어올려 설치하는 철근 선조립 공법, 그리고 초고층으로 압송이 가능하며(525m 높이까지 압송 가능) 빠른 공사 진행을 위해 강도가 조기 발현되어야 하는 고강도 콘크리트 배합 기술 등이 그것이다.

완공 일을 맞추는 것은 높이의 경쟁에 이은 또 다른 전쟁이다. 부르즈 칼리파 공사에서는 엄청난 자재 물량과 인원 투입에 대한 완벽한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었다. 초단기로 공정을 완성해야 했기 때문에 양중 계획, 수직 물류 계획 등 치밀한 시공 계획이 마련됐다.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초고층 건물의 건축에는 항상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에 대한 고심과 그로 인해 탄생한 빼어난 기술들이 있었다. 엄청난 높이의 하중 지탱과 높아질수록 강화돼야 하는 지진과 바람에 대한 안전성,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공사를 시행해야 하는 시공 기술이 뒷받침돼야 했다. 초고층 건물은 그 건설 계획이 시작됨과 함께 새로운 구조 방식, 새로운 시공 기술, 보다 혁신적인 관리 기술 등 건설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발전들을 낳아 왔다. 초고층 건물은 기술을 시험하는 무대, 새로운 발전을 위한 장소가 되었고 부르즈 칼리파 역시 이러한 무대 속에 있다.

부르즈 칼리파에서 내려다본 두바이 시내가 안개에 잠겨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높이를 향한 무한 경쟁

최근 초고층 건물 디자인과 그 상징적 요소들이 보다 중요한 부분이 됐지만 여전히 높이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부르즈 칼리파의 높이는 시공 도중에도 비밀에 쌓여 있었다. 처음 SOM사가 지명설계 경기에서 당선됐을 때 부르즈 칼리파는 140층 규모, 550m 높이의 건물이었다. 그러나 이후 같은 두바이 내에서 추진되는 초고층 건물과의 경쟁으로 최종 높이는 828m로 조정됐다.

1930년 경쟁 건물보다 65㎝ 낮게 설계했던 크라이슬러빌딩은 ‘크라이슬러빌딩의 비밀’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높이를 감췄고 완공 전 30여 분 간의 조립으로 56m의 첨탑을 세워 세계 최고의 건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비록 1년 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그 자리를 내줬지만 말이다.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는 지붕 높이가 시어즈타워보다 낮지만 65m의 첨탑으로 세계 최고 건물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초고층 건물의 경쟁은 역사 속에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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