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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는 왜, 가로수길 5층 건물을 샀나

뉴스 장상진 기자
입력 2017.01.03 19:12

패션 브랜드 'ZARA' 창업주가 325억에 사들여… 글로벌 자금, 서울 상업용 땅 긁어 모은다

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이 지난주 325억원에 사들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5층 건물. 토지 기준 3.3㎡당 2억3400만원에 거래됐다. 단위면적 기준으로는 가로수길 역대 최고가였다./김연정 객원기자


지난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5층 건물이 325억원에 팔렸다. 매수자는 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창업주. 올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제치고 세계 부호(富豪) 1위에 오른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회장이다. 이 건물에는 공교롭게도 자라의 경쟁 브랜드인 H&M이 10년 계약으로 입주해 있다. 거래를 중개한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측은 “오르테가 회장은 서울 주요 상권에 대해 순수하게 부동산 그 자체로서 투자가치를 높게 봤다”고 말했다. 오르테가 회장은 2015년에도 서울 명동 복합상업시설 ‘엠플라자’를 4300억원에 사들였다.

오르테가 회장뿐 아니다. 글로벌 자금이 최근 서울 시내 주요 지역 상업용 부동산을 무서운 기세로 사들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세계적인 저(低)금리 속에서 연(年) 4~5%의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서울 부동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서울 빌딩 거래액 절반 외국계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기업 새빌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연면적 3만㎡ 이상 대형빌딩 거래 총액은 7조204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3조3060억원어치를 외국계 개인 또는 법인이 사들였다. 2011년 이후 최대 금액, 최고 비율이다. 범위를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3대 업무지구’로 압축하면 외국계 투자 비율은 61%에 이른다고 부동산 컨설팅기업 CBRE가 전했다. 주요 매수 세력은 AEW캐피털, 인베스코, 블랙스톤, 브룩필드 등과 같은 해외 펀드들이었다.

국내 기업·기관들은 대체로 부동산을 파는 쪽이었다. 삼성생명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삼성생명은 지난 3분기에만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이 보유했던 프라임빌딩, HSBC빌딩, 삼성파이낸스 빌딩을 매각했고, 1분기에는 삼성생명이 직접 가지고 있던 종로타워를 역시 외국계에 매각했다. 미래에셋과 AIG도 매각 대열에 동참했다.

/자료:새빌스


◇‘투자수익률 높고 안전’ 인식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매입에 나서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기대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상업용 부동산의 연간 투자수익률(매각 시 양도 차익 포함)은 5% 수준으로, 홍콩(3.09%)이나 일본 도쿄(3.3%)는 물론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시장’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상하이(4.16%)나 베이징(4.32%)보다도 높다. 오르테가 회장이 매입한 가로수길 H&M 빌딩도 순수 임대수익률만 연 4%가 넘는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들이 서울에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강남역·가로수길·광화문·홍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이른바 ‘4대 중심가(high street)’ 지역이다. 미국계 투자기업 인베스코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지하철 홍대입구역 주변에서만 삼성생명 동교동점 빌딩을 포함해 수백억대 빌딩 3동(棟)을 사들였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매입한 빌딩의 저층부 오피스를 매장(賣場)으로 전환하거나 우량 임차인을 들여 임대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가치부여형(value added)’ 투자 방식을 주로 쓴다. CBRE가 최근 저층부 오피스 공간을 매장으로 전환한 서울 주요 지역 빌딩 5곳 임대료 변화를 조사한 결과, 3.3㎡당 월 임대료가 10만8980원에서 23만7545원으로 1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들은 건물을 사기 전에 비싼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낼 만한 글로벌 브랜드와 미리 약속을 맺고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상무는 “최근 해외 패션브랜드의 국내 진출 확대, 국내 식음료(F&B) 시장 확대 등 트렌드와 맞물려 서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며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이런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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