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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은 '짓는 것', 아파트는 '사는 것'

뉴스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입력 2016.12.18 03:00

[남자의 집짓기] ③집은 돈으로 짓는 게 아니다

건축비를 놓고 건축주와 시공사가 벌이는 시시비비의 대부분은 건축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껍데기, 즉 마감 수준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집이라는 구조체를 제대로 세우는 것보다 마감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목조주택이든, 콘크리트주택이든 구조체는 마감재에 덮여서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얼마나 돈이 드는지에 대해 대부분의 건축주는 관심이 없다.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건축공사 기성금의 60~70%는 구조체와 외장 공사 단계에서 지급된다. 나머지 30~40%의 공사비로 내부 마감 공사를 한다. 구조물로서의 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공사비는 그렇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평당가’라는 것의 기산점이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단독주택은 ‘짓는 것’, 아파트는 ‘사는 것’

집의 기능성은 대부분 구조체에 좌우된다. 구조체는 일단 건축하고 나면 고칠 수가 없다. 처음부터 제대로 지어야 한다. 구조체를 제대로 짓는데 건축비가 우선 투입돼야 하는 이유다. 집의 기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목조건축 구조재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의 목재 등급은 크게 1·2·3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최상위 등급으로 J등급이 있다. J는 바로 Japan(일본)의 약자다. 1등급에도 성이 차지 않아서 그보다 더 좋은 구조재를 요구해서 만들어낸 일본 시장 전용 목재가 바로 J등급이다. 마치 대패질을 한 것처럼 표면이 반질반질하고 옹이도 거의 없다. 시장은 수요가 리드한다. 건축주가 그런 물건을 요구하니까 시공사는 공급한다.


그렇다고 구조 성능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돈을 써야 할 곳에 확실하게 쓸 뿐이다. 일본을 제외한 건축 시장에 가장 많이 공급되는 2+(Two & Better) 등급이 있다. 1등급은 비싸고 2등급은 성에 차지 않아서 그 중간 등급으로 만들어낸 것이 투앤드베터(2+) 등급이다.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구조재의 99%는 이 등급이다. 가격과 모양새의 절충, 이게 우리의 현 주소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 집을 ‘짓는(Build) 것’과 ‘사는(Buy) 것’은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있다. 단독주택은 ‘짓는 것’이라면 아파트는 ‘사는 것’이다. 단독주택은 돈만 들고 있다고 해서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집을 짓는 마음이 중요하다. “한 사람이 집을 짓는 것은 한 국가가 성채를 세우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집을 짓는데 있어서 가장 우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남의 눈으로 집을 보고 마음 비워야”

단독주택을 짓는 사람들 대부분은 평생 처음 집을 지어본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너무 많다. 전문가의 채반에 거르면 십중팔구는 걸러질 그런 생각들이다. 그걸 추리고 추려서 현실과 절충해야 한다. 내 생각이 아니라 남의 눈으로 집을 봐야 한다. 평생 살 수도 있지만, 집은 언제든지 팔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덜어내고 그 빈 공간을 남의 눈으로 채워서 그 중에서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을 골라내야 한다. 건축비는 그 다음에 따질 일이다.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돈에 맞는 집은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그것에 맞출 수 있느냐, 비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원생활 20년이 된 필자도 처음 전원주택에 나오기까지 서울토박이 아내와 함께 거의 1년 동안 전원주택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당시만 해도 전원에서 사람이 그리울 때라 먼저 전원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서슴없이 대문을 열어 주고 자신의 시행착오도 가감없이 얘기했다. 전원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실상을 적나라하게 알고 나면 극복할 자신과 대안이 생긴다. 아니면 포기하게 되든지. 극단을 오갈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를 믿고 맡겨야 한다.

어떻게 시작하든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 설계와 같다. 남이 지어준 집에 돈만 주고 살다가 난생 처음으로 집을 지을 때는 일단 마음을 비우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비워야 먼저 지어본 사람들의 경험이 내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런 간접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내 생각의 교정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좋은 생각을 퍼즐 맞추듯이 씨줄 날줄로 엮어야 좋은 집이 만들어진다. 집을 짓되, 우선 투자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도 될 것을 골라내면 ‘평당가’ 논쟁은 의미가 없어진다. 돈이 필요하기는 하되 돈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집이라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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