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잇단 규제 4방 맞고… 부동산 시장 '휘청'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6.12.15 00:35

[11·3 대책 후 열흘 한 번꼴]

국토부·금융위 경쟁하듯 쏟아내 서울 아파트값 2년 만에 하락세
청약 경쟁률도 크게 떨어져 두달 만에 시장 급격하게 위축
"과열 따른 대책이 필요하지만 연착륙 유도하는 게 바람직"

회사원 정모(40)씨는 정부가 '1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한 달여를 남겨두고 서울 강남권의 한 아파트 청약에 나섰다가 당첨됐다. 당첨 직후만 해도 분양권에 3000만~4000만원씩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주변에 자랑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불과 2달 사이 웃돈이 빠지기 시작, 분양가 수준으로 돌아왔다. 정씨는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지만, 그래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갑자기 돌변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무더기로 쏟아내면서 주택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지난 11월 국토교통부가 강남권 분양권 전매 전면 금지를 비롯한 부동산 규제 대책을 발표한 뒤, 금융 당국도 잇따라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3일 이후 40여일 동안에 4차례에 걸쳐 국토부와 금융위원회는 경쟁하듯 부동산 규제 대책을 쏟아냈다. 부산 동의대 강정규 교수(재무부동산학과)는 "정부 내에 큰 그림을 보는 컨트롤타워가 없이 국토부는 청약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서고, 금융위는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각각 나서면서 부동산 규제가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1월 이후 국토부·금융위 경쟁하듯 부동산 규제 쏟아내

11월 이후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4번의 부동산 대책은 시장에 확실한 충격을 줄 만큼 강력했다. 우선 국토부가 발표한 11·3부동산 대책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과천 등 분양시장 과열 지역에 대해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고, 서울 전역과 동탄2신도시, 부산 등지에서 가구주가 아니면 1순위 청약을 못 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에 조합 임시총회 개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 시행 이후 주택시장의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금융 당국은 같은 달 24일 '8·25 가계부채 대책'의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금융위는 후속 조치를 통해 아파트 구입 때 받은 중도금 대출이 입주 이후 전환되는 '잔금 대출'에 대해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하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잔금 대출 상환 방식에 대한 규제는 없었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도입했다.
금융위와 국토부는 서민과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도 규제했다. 금융위가 이달 9일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가격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대폭 제한한 데 이어, 국토교통부는 13일 서민형 정책 대출인 디딤돌대출의 DTI를 80%에서 50%로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규제 영향으로 재건축, 분양시장 급랭

정부가 부동산 규제 대책을 쏟아내면서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 서울의 아파트 아파트 매매 값이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급락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11월 이후 2억원가량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10월 평균 20.7대1에서 이달 들어 6.7대1로 뚝 떨어졌다.
 

건설사들도 분양을 기피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난달 7만5300여 가구를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3만9900가구만 분양했다.

◇대책 필요하지만, 연착륙 유도해야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이 잇따라 발표된 것에 대해 국토부와 금융위는 "11·3대책을 제외하고는 원래 예정돼 있던 것을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국정 혼란 사태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규제를 발표할 때 정책 발표 시점과 강도를 조정하는 부처 간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11·3대책 전에도 금융 당국은 이미 구두(口頭) 개입 형태로 시중 은행을 대상으로 중도금 대출규제를 하고 있었다. 시중은행들은 미국발 금리 인상 요인이 있다며 8~9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 상반기보다 0.5~1%포인트까지 올렸다. 게다가 내년 이후 2년간 전국적으로 아파트 77만 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어 '입주대란'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이 과열되면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시장이 적응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규제를 쏟아낸 측면이 있다"며 "2년간 호황을 누렸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의 타이밍과 규제의 강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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