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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을 펜트하우스로 만든 그녀의 '자취 신공'

뉴스 최락선 기자
입력 2016.12.13 04:30

셀프인테리어, 수납공간 극대화…13번 공간배치 바꿔
옥탑에서 영화보고 파티도…펜트하우스가 따로없죠
“립스틱보다 드릴 살때 더 신나죠”

[인테리어 고수] ⑦옥탑방을 펜트하우스로 만든 김윤영씨

'옥탑방 인테리어'의 고수인 김윤영씨가 드릴 작업을 하고 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인공 최한결(공유 분)이 살던 옥탑방을 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옥탑방 라이프를 꿈꿔봤을 것이다. 하지만 옥탑방에 살아본 청춘들은 안다. 여름 찜통 더위와 겨울철 살을 에는 외풍이 얼마나 견디기 힘겨운지를. 곰팡이가 이름모를 야생화처럼 피어있는 화장실은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렴한 월세의 매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서울생활 8년차를 맞은 직장인 김윤영씨는 다르다. 볼품없는 옥탑방을 ‘나만의 펜트하우스’로 화려하게 변신시키는데 성공했다. 셀프 인테리어 취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내친 김에 그는 옥탑방을 전세, 아파트, 작은 집 류의 인테리어 영역으로 올려놨다. ‘옥탑방 인테리어’라는 책을 내고 작가로 데뷔한 것이다.

땅집GO(realty.chosun.com)가 그를 만나 옥탑방과 작은집 공간 활용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찬넬 선반을 활용해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방에 빨래 널기 싫어 옥탑방 선택”

그는 굳이 옥탑방을 고집했던 이유를 “자취방에 빨래 널어두는 게 그렇게 싫었다”고 했다. 베란다가 있는 집은 비싸니까 대안으로 옥탑방을 염두에 뒀다.

-살아보니 어떻던가요.
“전망 좋고 월세가 저렴해요. 로망도 충족됐죠. 옥탑방에 살면 왠지 왕자님이 나타날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하하하) 반지하 집과는 달리 햇볕과 바람이 드는 게 얼마나 황홀한 지도 새삼 느꼈어요.”

-파티도 열었다면서요.
“옥탑 마당을 가려면 제 집에 들어왔다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온전히 제 공간이거든요. 봄이 오면 옥탑 라이프의 장점이 그거에요. 빨래줄에 걸린 흰 이불에 빔을 쏴 영화를 보기도 했어요. 카펫 깔고 이불 덮고 보는 영화는 정말 최고죠. 친구들과 고기도 굽고 그랬어요.”

-옥탑방 구할 때 따져야 할 것은.
“가격은 물론이고 세상이 흉흉하니까 보안을 따져야 해요. 옆 건물에서 넘어올 수 없는 구조는 필수죠. 입구 현관과 집 현관 모두 잠금장치가 있으면 좋아요. 집이 낡았더라도 넓으면 집 고쳐쓰기가 편해요. 물론 집주인이 집 고치는 걸 허락해야 합니다. 집은 낮에 보러다니고 방에 불을 다 끄고 채광을 확인해 보세요.”

옥탑방의 첫 겨울을 맞아 가구를 벽쪽으로 붙여 추위를 막았던 모습. 벽에는 우드월을 붙여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집은 누워서 맘껏 뒹굴 수 있어야죠”

그는 옥탑방을 찾아나선지 석달 만에 원하는 집을 찾았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이 지인 집의 빈 옥탑방을 떠올렸고 “구경이나 한번 해보라”고 보여준 집에 꽂혀 바로 계약했다. 서울 마포구의 지상 3층 다세대주택 옥탑이었다. 총 7평 남짓으로 방 크기는 3.6m×4m. 그는 “신랑감 고르기보다 어려웠다”고 했다.

-가장 먼저 무엇을 했나요.
“우선 페인트칠로 기초 작업을 했어요. 천장과 벽, 몰딩, 창틀은 하얀색으로 칠하고 문은 검은색으로 칠했어요. 벽지보다 페인트를 선택한 건 보수하기 쉽고 집을 계속 꾸밀 때 적당할 것 같아서였죠.”

-콘셉트는 안 정했나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면 중요하겠죠. 근데 제가 사는 집은 실용적이고 편하게 쉴 수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제가 누워서 뒹굴 수 있는 집, 콘셉트라면 그거죠.”

침대 매트리스 받침대로 공간박스를 사용했다.


-공간 활용은 어떻게 했나요.
“작은 집일수록 수납을 잘 해야죠. 저는 공간박스를 추천해요. 공간박스는 쌓는 방식을 달리하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요. 저는 책장, 신발장, 옷수납장, 책상, 침대, 가벽으로 두루두루 썼어요. 벽에 못을 적게 박으면서 많은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찬넬 선반도 유용하죠.”

-방구조를 3년간 13번이나 바꿨다죠.
“두 달에 한번씩 바꿨어요. 제 생활 패턴과 동선에 최적화된 배치를 찾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여름에는 에어컨을 침대 위에 놔서 옥탑방의 무더운 여름을 이겨낸 적도 있어요. 현관문을 열 때 침실을 가리기 위해 공간박스를 세워 가벽처럼 만든 적도 있구요. 지금은 최적화된 상태에서 쭉 가고 있어요.”

김윤영씨는 현관에서 봤을 때 침대가 보이지 않도록 집구조에 변화를 줬다.


-공간배치 바꿀 때 노하우는요.
“큰 집이든 작은 집이든 가구 배치가 제일 중요해요. 그것에 맞춰 동선이 정해지기 때문인데요. 힘을 쓰기 전에 종이에 평면도를 한번 그려보세요. 눈대중으로 하는 것보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힘을 덜 쓸 수 있어요. 요새는 어플도 많이 나와 있어요. 가구나 집 수치를 넣어 배치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죠. 바닥, 벽에 맞는 색깔을 입혀볼 수도 있구요.”

■“화장실은 물닿는 곳…고치기 겁났죠”

김윤영씨에게 “집 구조를 왜 자주 바꾸세요”라는 질문은 등산이 취미인 사람에게 “왜 매주 산에 가세요?”와 같은 질문이다. 취미가 셀프 인테리어이기 때문에 가능할 일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집을 잘 꾸며 놓으면 생활태도가 바뀌고 기분 전환에 확실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2.8mx1.7m 주방은 싱크대를 제외하고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찬넬 선반과 철망, 하부장을 만들어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나요.
“집을 꾸민다는 것이 큰 돈을 들여 뭔가를 산다는 뜻은 아니거든요. 하다못해 이불보, 커튼만 바꿔도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죠. 내 집에 관심을 갖는 것부터 인테리어의 출발점이에요”

-셀프 인테리어를 많이 하셨죠.
“기성품을 사거나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퀄리티(품질)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집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을 저는 즐기는 것 같아요. 취미가 인테리어니까 지인의 집꾸미기도 도와주고요. 예전에 놀러갔던 게스트하우스 인테리어할 때 도와준 적도 있어요.”

-셀프 인테리어 매력은.
“힘들지만 비포(before) 사진과 애프터(after) 사진을 비교하면 뿌듯해요. 내 자식같은 느낌이 들어요. 내 취향에 맞춰 공간을 스스로 변화시켜갈 때 성취감도 있어요. 셀프 인테리어는 자신의 취향을 먼저 찾으면 술술 풀려요.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서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김윤영씨는 "화장실은 물이 닿는 곳이어서 꾸미가 겁났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는 화장실 고치기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모습./김윤영 작가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던가요.
“화장실이요. 집에 온 손님들이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으면 제가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미루고 미루다가 옥탑방에 이사온지 3년이 지나서 결심을 했어요. 물이 닿는 곳이라 겁이 났어요. 그래서 다른 곳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들었어요. 욕실을 바꾸면서 셀프 인테리어 이상의 성취감을 느꼈어요.”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왜 남의 집에 돈을 들이냐”고 묻는다. 그의 대답은 이렇다.

“제가 사는 동안은 제 집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를 살아도 내 집같이’ 이게 제 모토에요. 저에게 셀프 인테리어는 영화관에 가거나 책을 사보는 것과 비슷해요. 제가 좋아서 비용을 지불하고 찾아 즐기는 취미 생활인거죠. 물론 취미를 충분히 즐기고 난 후 지루해진다면 다른 취미를 찾아갈 용의도 있지만 지금은 셀프인테리어라는 취미에 푹 빠져있기 때문에 립스틱을 고를 때보다 전동드릴이나 직소기 같은 공구 살 때가 더 신나요.”

김윤영씨가 꾸민 옥탑 마당에선 가끔 친구들과 소소한 파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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