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분양가 계산, 이게 아니었나?" 속기쉬운 함정

뉴스 이광훈 드림사이트코리아 대표
입력 2016.12.11 04:00

[남자의 집짓기] ②건축비, 오해와 진실(하)

분양가를 계산할 때 속기 쉬운 함정이 있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건축비 계산에서 정말 말이 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다. 국민주택규모 34평형 아파트의 대지 지분은 10평 남짓이다. 그 조차도 공유 지분이다. 건물등기부에는 소유자의 대지권 비율만 표기된다. 그러다보니 집값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율에 대해 대부분 무신경하다.

아파트 분양계약서에는 땅값과 집값을 명확히 분리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를 ‘평당 얼마인가’로 환산할 때는 주택의 분양면적만 기준으로 삼을뿐 대지지분에 따른 땅값 차이는 따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엄연히 땅값은 집값, 즉 ‘평당가’에 녹여져 있다.

단독주택은 건축면적보다 최소한 2.5배의 땅이 있어야 하지만 아파트는 그 4분의1만 있어도 된다. 건축면적을 기준으로 건축비 단가를 따질 수 없는 이유다

■“땅값도 결국 집값에 녹아있다”

단독주택은 대지 면적이 주택 연면적의 최소 2.5배 이상이다. 예를 들면 30평짜리 집을 지으려면 대지면적은 최소 70평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 짓는데 필요한 땅의 면적은 집이 들어설 지역의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축면적 비율)과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연면적 비율)에 좌우된다. 2층이하 단독주택은 용적률이 의미없고 건폐율에 좌우된다. 초고층 아파트는 건폐율보다 용적률에 따라 대지권 비율이 결정된다.

단독주택을 많이 짓는 계획관리지역의 건폐율은 40% 이하, 도시지역 내 전용주거지역은 50% 이하로 각각 정해져 있다. 30평 규모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60~80평의 대지가 필요하다. 반면 아파트는 용적률이 200%이상 보장되는 지역에만 들어서 분양면적 대비 대지면적은 4분의1 이하에 불과하다. 34평 규모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비교하면 단독주택의 대지 면적이 6배 이상 많이 필요하다.

전원주택을 짓는데 필요한 땅값(토지매입비)과 집값(건축비)은 1대1이 기본이다. 대도시에 가깝고 기반시설이 좋은 신도시 단독주택지는 땅값이 건축비의 곱절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평당 얼마인가’를 따질 때는 땅값을 집값에 녹여서 계산한다. 6배나 많은 땅을 깔고 앉아 있는 단독주택 평당가를 건축면적 기준으로 아파트와 단순 비교하다보니 단독주택의 ‘평당가’는 아파트보다 실제 이상으로 뻥튀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장 공정한 비교가 될까. 아파트와 똑같은 내부구조를 가진 단독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 단독주택의 원가구조를 감안하면 땅값은 계산에서 빼야 한다. 주택의 전용면적만 놓고 아파트와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발표한 2016년 10월 기준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1평)당 1134만원이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분의1 정도다. 순수 건축비는 850만원(복도·계단·엘레베이터실 포함)인 셈이다. 반면 일반적인 전원주택 건축비는 평당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결국 아파트와 비슷한 건축비를 쓴다면 단독주택 마감 수준이 아파트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깔고 앉는 땅값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약 60세대 아파트 1개동이 들어갈 대지면적과 비슷한 이 단독주택 부지에는 겨우 7세대가 들어갔다.

■땅 넓고 싸고 좋은 집은 있나?

아파트보다 대지면적이 6배 이상 많이 필요한 단독주택은 땅값이 전체 건설비의 발목을 잡는다. 땅이 넓은 탓에 각종 토목 비용도 많이 든다. 택지 조성비용은 물론 전기·통신·상하수도·가스 설비 인입비, 여기에 조경·주차장·울타리·대문 설치비까지 감안해야 한다. 전원주택을 장만할 때 대지면적에 대한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독주택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지면적에 욕심을 낸다. 그러면서도 가격, 즉 총 구입가격은 건축면적 기준으로 따진다. 땅이 크면 건축비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건 무시하고 건축 결과물만 놓고 아파트보다 마감이 떨어진다고 불평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정말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 집인가, 땅인가. 집을 장만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땅은 최소 면적만 확보하고 집에 집중해야 한다. 마당 넓은 집이 우선이면 다른 건 포기하고 첩첩산중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중 교통이 편리하고 교육·문화·쇼핑시설도 가까우면서 마당 넓고 저렴한 집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땅을 포기하고 오로지 살기 편리한 집을,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마련하기 위한 방법의 결정체가 바로 아파트다. 역설적이지만 전원주택을 장만할 때도 아파트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가장 필요한 것에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는 반대로 덤벼든다.

단독주택은 아파트가 아니다. 아파트가 단독주택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가는 길이 다르다. 좀 과장해서 비유하면, KTX(고속철도)와 자동차를 대상으로 목적지를 아무데나 정하고 누가 빨리 가느냐 내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KTX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자동차를 몰고 갈 수 있지만,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곳은 KTX를 타고 가지 못하는 곳이 더 많다. 같은 것 같지만 전혀 같지 않는 물건이 아파트와 단독주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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