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고수] 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30평대 아파트 2천만원에 ‘셀프 리모델링’ 완성한 블로그 스타
방송사 PD 생활 9년만에 사표…인테리어 스타트업 직접 차려
비싼 디자인 스튜디오와 동네 업체의 중간지점 지향
“휑하다 싶을 만큼 깔끔한 집을 시공하면 어떤 가구를 채워넣어도 예뻐요”
30대 초반 새댁 윤소연씨. 고향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지 11년 만에 ‘내집마련’ 꿈을 이뤘다. 은행 지분(대출)이 더 많았지만 마포구 상암동의 33평(109㎡) 아파트는 윤씨가 염원하던 ‘드림하우스’였다.
그런데 부푼 마음으로 집 꾸미기에 나선 윤씨는 난관에 부딪혔다. 인테리어 전문 업체는 최소 6000만원에서 1억원을 불렀다. 윤씨 부부의 예산은 3000만원뿐이었다. 영세한 동네 인테리어 업체마저 “3500만원 이하는 어렵다”고 했다.
디자인도 비용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윤씨는 직접 아파트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는 ‘셀프 리모델링’에 필요한 철거, 목공, 페인트, 조명, 타일 기술자를 인터넷 중개 사이트를 통해 찾은 후 공사에 들어갔다. 원하던 북유럽풍 집을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2주, 비용은 2000만원이었다.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서 요구한 비용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윤씨는 리모델링 과정을 블로그에 연재해 인기를 얻었고 지난해에는 자신의 셀프 리모델링 개척기를 담은 책(인테리어 원 북)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윤씨가 리모델링한 집을 “덴마크 코펜하겐의 단정한 아파트를 그대로 옮겨온 상암살롱”이라 표현했다.
책이 나온 뒤 9년간의 지상파(MBC) PD 생활을 그만두고 정글과도 같은 인테리어 시장에 ‘아파트멘터리’를 설립해 뛰어든 윤소연 대표를 땅집GO(realty.chosun.com)가 만나봤다.
-셀프 리모델링을 하게 된 이유는.
“맡길만한 인테리어 회사가 없었어요. 여행 가서 머물렀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세련된 아파트를 서울에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제 목표였어요.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는 견적이 1억원이나 나왔고 동네 인테리어 가게는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실현해 줄 수 없었죠. 셀프 리모델링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직접 해보니 어떠셨나요.
“장점은 비용 절감입니다. 원하는 인테리어가 분명하다면 전문 인테리어 회사에 맡기는 비용의 절반 수준에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요. 다만 필요한 기술자를 찾아 팀을 꾸리고 공사 일정을 짜는 등 직접 발품을 팔고 시공 현장을 감리하는 일이 굉장히 수고스럽고, 결과물에 대한 책임과 부실 시공에 대한 위험 부담까지 집주인이 떠안아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스타트업을 직접 차린 계기는.
“처음에는 ‘셀프 리모델링’이 비싼 리모델링 서비스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블로그나 책을 읽은 독자 대부분이 셀프 리모델링은 엄두가 안나고, 적당한 가격에 대신 해줄 업체를 찾는다고 하더군요.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도 놓치기 싫어하는 분들을 위한 리모델링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일반 인테리어 업체와 어떻게 다른지.
“사전에 가격을 확정한 후 공사를 시작하는 정찰제입니다. 대부분 인테리어 업체들은 ‘30평에 대략 5000만원’이라고 해놓고 시공 후에는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객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런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고객이 가진 예산으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미리 보여주고 가격을 결정한 후 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공사에 사용되는 옵션과 자재 등을 정확하게 명시해 어디에, 어느정도 비용이 들어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멘터리는 아파트 전체 리모델링을 해주는데 올해에만 30개 집을 고쳤다. 비싼 디자인 스튜디오와 저렴한 동네 인테리어 업체로 양극화된 현재 시장에서 중간 지점을 지향한다. 의류에 비유한다면 H&M의 상위 브랜드인 COS(코스)나 마시모두띠 수준의 품질과 디자인을 제공하고 싶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벤처캐피탈(VS)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달 아파트멘터리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아파트멘터리에 대해 ‘구매 가능한 럭셔리(affordable luxury)’라고 표현했다.
-요즘 추천하는 인테리어는.
“최신 트렌드가 미니멀리즘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깔끔한 집을 선호합니다. 가구는 버리고 새로 사면 되지만 집은 다시 고치기 쉽지 않아요. 휑하다 싶을 정도로 디자인이 단순한 집을 시공하면 어떤 가구를 채워넣어도 예뻐보이는 효과가 납니다. 인테리어 고수가 아닌 이상 벽면에 색을 넣는 등의 과감한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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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획은.
“공식 서비스 런칭은 내년 3월입니다. 집 고치는 서비스를 옷을 사는 것처럼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앱이랑 웹사이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원하는 인테리어를 고르고 바로 결제하는 시스템이죠. 지금은 프로젝트 1건당 몇천만원이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100만원으로 집을 고치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에도 가능한 제안을 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누구나 집을 고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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