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호텔처럼 화려하게… 아파트 '외모' 경쟁

뉴스 이송원 기자
입력 2016.11.30 19:58 수정 2016.12.01 07:29


최고 61층 32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부산 남천동에 있는 삼익비치 아파트 재건축. 공사비만 1조3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대단지다. 이 아파트 수주전에 뛰어든 GS건설은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외관(外觀) 설계를 제안했다. 유리가 외벽을 감싸면서 반짝이는 '커튼월 룩(curtainwall look)'. 여기에 3개 동(棟)은 최상층 60층을 스카이 브리지(Sky Bridge·건물과 건물을 잇는 구름다리)로 서로 이어 그 안에 수영장·피트니스센터 등 주민 편의시설을 배치한다는 구상까지 내놨다. GS건설 담당자는 "멀리서 보면 고층 아파트 꼭대기에 구름이 걸려있는 것 같은 모습이라 이 시설을 '스카이 클라우드(sky cloud)'라고 이름 지을 계획"이라면서 "상업용 건물이 아닌 아파트에서, 그것도 중간층이 아닌 최상층에 스카이 브리지를 설계하는 시도는 국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아파트 디자인에 들이는 노력이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다. 평면 설계에 변형을 주던 추세가 이젠 외관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칙칙한 '성냥갑 아파트'는 이제 옛말. 겉모습에서 내부까지 다양한 자재와 색깔·구조가 버무려진 아파트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도 지역 랜드마크 건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서울 강남 중심으로 디자인 혁신 열풍

이런 외관 디자인 경쟁은 서울 강남 등 비교적 부유층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외관 디자인이 수주 경쟁에서 차별화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설계가 바로 커튼월 룩이다. 외벽에 유리나 알류미늄 판 등을 덧대 건물이 매끈하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시공하는 방식. 지금까진 서울 중구 을지로 SK T타워처럼 도심 사무실 빌딩이나 래미안 이촌 첼리투스,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등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젠 강남 아파트촌에서도 하나둘 이를 따르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수주한 서울 서초 신반포 7차 재건축 아파트에 커튼월 룩 설계를 내놓아 조합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GS건설이 작년 말 수주한 서울 서초구 무지개 재건축 아파트도 커튼월 룩을 적용했고, 앞으로 분양할 서초 방배 3구역과 신반포 6차, 강남 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아파트에도 커튼월 룩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환열 GS건설 도시정비담당 전무는 "커튼월 룩이 고급 아파트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조합들이 공사비가 더 들더라도 커튼월 룩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비주거용 건축물에서나 볼 수 있던 비정형이나 사선 형태 단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내년 상반기 분양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아파트에 위아래로 물결이 치는 듯한 디자인을 적용할 계획이다. 일부 동에서 아파트 최상층 커뮤니티 시설로 올라가는 전용 엘리베이터 부분을 곡선형으로 짓는다. 삼성물산은 내년 분양 예정인 서초구 서초동 우성 1차 아파트에 산(山)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도입한다. 아파트 상층부를 갈색이 많이 들어간 사선 형태로 지어 도심 속 산을 떠올리게 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건설은 네덜란드 그로닝겐미술관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손을 잡고 아파트 외벽을 꾸밀 새로운 색채와 패턴을 개발했다. 이달 초 분양한 대전 관저 더샵 2차 아파트 외벽에 색의 조합을 이용해 '꽃잎'이나 '약한 바람' 패턴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도 도시 경관을 위해 디자인 특화 아파트를 장려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서울에서는 반포·압구정·여의도 등에서 대규모 재건축 정비사업이 예정되어 있어 다채로운 모습의 아파트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처음부터 디자인 특화 도시로 개발 중인 세종시에서는 창의적인 건축물을 위해 용적률과 층고 등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했고, 설계 공모를 통해 건물 가운데 부분이 뻥 뚫린 아파트 등 독특한 외관 아파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미관(美觀)은 해당 단지 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도시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며 "다만 화려한 외관 디자인이 주거 실용성을 해치지 않는지, 분양가나 관리비 상승 요인이 되지 않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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