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떴다방' 사라진 강남… 400m 줄 선 수도권

뉴스 장상진 기자
입력 2016.11.27 19:56 수정 2016.11.28 09:22
지난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 올림픽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입구는 방문객이 적어 한산한 모습이었다(위 사진).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탓에 방문객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날 문을 연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의 '동천파크자이' 모델하우스는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아래 사진). 이 아파트는 11·3 대책을 적용받지 않는다./김연정 객원기자·GS건설


#1. 지난 25일 오후 3시쯤 서울 대치동에서 문을 연 ‘송파 올림픽 아이파크’ 모델하우스는 비교적 한산했다. 지난달까지 서울 시내 모델하우스마다 수백m씩 늘어섰던 입장 대기 행렬은 보이지 않았다. 이른바 ‘떴다방’으로 불리는 분양권 알선업자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상담 창구 앞 대기석에서는 “당첨되면 계약해야 하나요?” 같은 대화가 흘러나왔다.

#2. 같은 날 오전 11시, 서울 대흥동 ‘신촌그랑자이’ 모델하우스 입구에선 ‘떴다방’ 알선업자 4~5명이 모델하우스에서 나오는 방문객들에게 연락처가 담긴 명함을 건네고 있었다. 입구엔 십여m 정도 입장 대기 행렬이 있었다. 실내는 북적였고, “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3. 26일 오전 10시쯤 경기 의왕시 ‘포일센트럴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입구에는 개관 전부터 방문객이 400m가량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떴다방’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분양회사 관계자는 “11·3 대책으로 걱정했는데, 이 정도 방문자가 찾아왔으면 선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25~27일 전국에서 34개 아파트가 모델하우스를 열었다.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분양시장이었지만, 지역별로 분위기는 천차만별이었다. 정부 대책으로 분양권 전매가 전면 금지된 서울 강남권 모델하우스에는 방문자 수가 두드러지게 줄었고, 분위기도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반면,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1년 6개월) 비(非)강남권은 여전히 예비 청약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27일 대형건설사인 A사의 분양 담당 임원은 “청약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서울 분양 시장

11·3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강남권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송파 올림픽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이상석(50·서울 광진구)씨는 “정부 대책으로 투기 수요가 많이 빠진 지금이 오히려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김모(53·서울 송파구)씨는 “모델하우스에 예상보다 관람객이 적어 약간 고민이 된다”고 전했다. 분양 회사 관계자는 “방문객 수는 적지만 강남권은 여전히 주택 수요가 풍부해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1년 6개월로 상대적으로 느슨한 서울 비(非)강남권의 분위기는 약간 달랐다. 신촌그랑자이 모델하우스는 오픈 첫날 방문자 수가 약 5000명으로, 대책 발표 직전 같은 마포구에서 분양한 ‘신수동아이파크’(첫날 7000명)보다 약간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방문객이 많았다. 신촌그랑자이 모델하우스를 찾은 직장인 정모(36·서울 성동구)씨는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며 “기본적으로 당첨되면 입주할 생각이지만, 프리미엄이 많이 붙으면 분양권을 팔 수도 있다”고 했다.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기 지역과 지방 분양 현장은 대책 이전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경기 평택·수원·청주 등 인기 지역의 모델하우스에는 200~300m의 대기 행렬도 나타났다.

건설사들은 11·3 대책 이후 분양 가격을 대책 발표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평택 소사벌 푸르지오’는 지난 11일 같은 평택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평택 3차’보다 분양가가 평균 50만원 이상(이하 3.3㎡당) 싸게 책정했다. 송파 올림픽 아이파크 분양가는 비슷한 입지에 10년 이내 입주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는 300만~900만원 저렴하게 책정됐다.

◇임대소득 과세 여부, 금리 인상 등 악재(惡材) 많아

정부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갑자기 침체기로 돌아선 건 아니지만, 앞으로 예고된 악재(惡材)가 많다. 당장 내년부터 연간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수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초 내년부터 연간 2000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이 있는 집주인에 대해 14%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과세를 2018년까지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은퇴자 등 생계형 임대사업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고,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거나, 다주택자들이 대거 집을 처분하려 들면서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다음 달 초 열리는 국회 조세위원회에서 ‘과세유예안’이 통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집주인의 세 부담이 크지 않고 임대소득자 가운데 고소득자가 많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2% 중·후반 수준에 머물다 3%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 분양 공고가 나오는 아파트 단지부터 집단대출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내수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건 거시경제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며 “정부가 부분적으로 과열됐던 주택시장이 서서히 안정될 수 있도록 시장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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