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兆 가계부채에 특단 조치… 잔금 대출, 원금·이자 동시 상환
이미 분양한 아파트는 예외
내년부터 정부가 아파트 집단대출(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은행이 중도금, 잔금을 단체로 빌려주는 것)까지 바짝 죄기로 했다. 1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으려는 것이다. 중도금 대출은 현행과 달라지는 것이 없지만, 입주 시점에 잔금 대출로 전환될 때는 상환 능력을 깐깐하게 따지고,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해서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야 한다. 이럴 자신이 없으면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하게 해서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은행, 보험사는 물론이고 신협 등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까지 집단대출을 하는 모든 금융회사에 이런 규정(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정부는 24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아파트가 착공해 입주할 때까지 통상 2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실제 적용은 2019년 이후지만, 당장 내년부터 대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은행의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만 대상으로 해서 지난 2월 수도권, 5월에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됐다. 부동산 경기 하락을 우려해 아파트 분양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 위한 집단대출은 제외했었는데 가계부채 문제가 다급해지자 결국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래도 이미 분양한 아파트나 올 연말까지 분양 공고를 하는 아파트의 잔금 대출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런 아파트의 입주자들을 위한 전용 대출(입주자 보금자리론)을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해 이번 조치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한다.
정부는 또 연내에 DTI(총부채상환비율)보다 강화된 상환능력 평가 지표인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을 도입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DTI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원금+이자)과 기타 다른 부채의 이자를 합친 금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지는데, DSR은 기타 부채에 대해서도 이자만이 아니라 원리금 부담을 계산하기 때문에 상환 부담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DSR이 높은 대출자는 은행 등 대출을 받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금 축소 등 채무 조정을 하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지난 9월 말 가계부채는 1295조8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 할부금융 등을 합친 가계의 빚더미 전체인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다. 작년 9월 말 이후 1년 새 130조원 넘게 증가해 이것도 사상 최대 기록이다. 10월 말 기준으로는 13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