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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비결? 좋은 입지보다 성실한 직원부터 찾아라"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6.11.23 05:00

[창업스타를 만나다] ④15년차 김밥집 사장 박찬열씨

“분식집 성공의 3할은 맛, 나머지는 서비스”
좋은 서비스? “간단해요. 뭐든지 들어주세요”
유동 인구보다 배후 수요 탄탄해야 좋은 입지
선점 효과도 중요…결국 부지런함이 최고 무기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김가네’ 디폴리스점을 운영하는 박찬열(46)씨. 그는 올해로 15년차 김밥집 사장이다. 한때 월 1000만원 이상 순수익을 내며 억대 연봉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요즘은 경기도 안 좋고 인건비, 재료비가 많이 올라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면서 “그래도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잘 번다”며 웃었다.

박씨는 “김밥이나 분식집은 음식보다 서비스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맛있기만 하면 장사가 잘됐어요.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음식 맛은 30%, 서비스가 70%를 차지하는 것 같아요.”

-음식점의 기본은 맛 아닌가요.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맛은 어디든 ‘오십보백보’에요. 요리 솜씨가 특별하면 더 좋겠지만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고객들은 맛보다는 서비스, ‘내가 얼마나 대접받느냐’에 더 신경써요. 그게 영업 성패를 가릅니다. 인터넷에 있는 맛집 방문기를 한 번 보세요. 정작 음식 맛에 대한 평가보다는 분위기나 친절함, 청결, 서비스 속도 같은 얘기가 훨씬 많아요.”

-좋은 서비스는 어떤 거죠.
“간단해요. 손님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는 겁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오전 7시30분부터 영업합니다. 하지만 매일 6시15분이면 가게를 열죠. 그때 오시는 손님이 있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바쁘고 귀찮아도 손님 요구에 ‘이건 안 되는데…’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웃지 않으려면 가게 문을 열지 마라’는 외국 격언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장사의 본질 같습니다.”

-예를 들면요.
“김밥 속재료를 넣어라, 빼라는 건 기본이죠. ‘오이 빼는 대신 계란지단을 2개 넣어달라’, ‘라면 스프는 반만 넣고, 꼬들꼬들하게 끓여 달라’, ‘김치볶음밥에 양파는 빼달라’ 등 다양해요. 한번은 쫄면을 주문한 30대 여성이 ‘비벼 달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중국집에서도 짜장면 대신 비벼 달라고 하진 않잖아요.”

2002년부터 '김가네'를 운영한 박찬열씨는 "김밥집 창업의 성패는 서비스에 달렸다"고 말했다./진중언 기자

■“유동 인구보다 배후 수요 탄탄해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하던 박씨는 2002년 지인 소개로 경기도 용인시 민속촌 인근 아파트에서 ‘김가네’ 김밥집을 처음 열었다. 아내와 둘이 달라붙어 한 달 순수익이 200만원 정도였으니, 돈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1년 정도 해보니 ‘목만 좋으면 뭔가 되겠다’는 감은 오더라”고 했다.

박씨는 1년 만에 용인 가게를 접고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11평규모 매장을 열었다.

-입지는 용인과 차이가 없지 않나요.
“가게 바로 앞에 여고가 있어서 학생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다 생각했죠. 가게 자리가 마음에 들어서 계약하려는데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다른 사람이랑 경쟁이 붙었어요. 가게 주인이 처음에 월세 140만원을 부르다가 계속 가격을 올려 결국 180만원에 계약했죠. 사실 본사에서는 좋은 입지가 아니라고 말렸어요.”

-왜 그렇죠.
“흔히 말하는 ‘항아리 상권’, 들어오고 나가는 인구가 많지 않은 갇힌 상권이라는 거죠. 주변이 죄다 아파트뿐이거든요. 하지만 항아리 상권 내 고객만 제대로 끌어들이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사를 오래 해보니까 유동인구가 많은 자리보다 배후 수요가 안정적이고 탄탄한 입지가 더 나은 것 같아요. ”

-장사는 잘됐나요.
“기대 이상이었어요. 처음 가게 문을 연 날은 이틀치 김밥 재료가 반나절도 안돼 동났어요. 인근에 중·고등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배달 수요가 많았죠. 나중엔 배달용 오토바이만 3대를 썼어요. 한 달에 매출 3000만원을 찍을 때도 있었는데, 1000만원 이상 순수익이 났으니까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금보다 인건비나 재료비가 훨씬 저렴해 수익도 많았죠.”

■“선점 효과와 직원 팀워크도 중요”

박씨는 2009년까지 신대방동 매장을 운영하다가 다른 사람한테 넘겼다. 이후 금천구 가산동으로 옮겨 계속 김밥집을 운영했고, 2012년 12월 대형 아파트형 공장 1층 상가에 지금의 매장을 열었다.

-잘되던 가게를 왜 넘겼나요.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1년에 설날 때 사흘, 추석 때 사흘 딱 6일만 쉬었어요. 주말·공휴일도 없이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했으니까요.”

-지금 가게 터도 직접 골랐나요.
“이곳은 본사랑 상의해서 전략적으로 들어온 곳이죠. 최고 31층짜리 쌍둥이 빌딩 2개 동(棟)에 상주인구가 4000~5000명쯤 되니까요.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는 사무실 입주율이 20~30% 정도여서 손해볼 각오를 했고, 실제로 1년 지나서 입주율이 80%쯤 되고 나서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어요.”

박찬열씨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운영 중인 '김가네' 디폴리스점. /진중언 기자

-손해볼 걸 알고 열었다면.
“선점 효과를 노린 일종의 모험이었죠. ‘우리가 먼저 가게를 열면 다른 김밥집이 안 들어오겠지’라는 기대였죠. 그래도 경쟁은 어쩔 수 없어요. 지금 같은 층에만 김밥집 두 군데가 더 있고, 국숫집이나 분식집도 여러 곳이죠. 하지만 저희 가게는 점심때마다 기다리는 줄이 설 정도니까 선전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이 뭔가요.
“앞서 말했듯이 서비스가 중요하고, 그 다음은 내부 팀워크죠. 제 아내가 홀과 카운터를 담당하고 주방 아주머니 2명, 주방보조 1명, 김밥 1명, 홀 1명 등 총 6명이 몇 년 동안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매끄럽게 일을 해요.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한 겁니다.

■“큰돈 안돼도 안정적…결국 부지런해야”

박씨는 “요즘 음식점 하시는 분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게 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사람 구하는 일’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입니까.
“구인광고 내면 한국인은 없고, 중국사람만 옵니다. 젊은 사람들은 주방일 안 합니다. 50대 아주머니 구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죠. 어렵게 사람 구하면 관리하는 건 더 어렵죠. 갑자기 주방 아주머니가 아침에 못 나오겠다고 전화합니다. 부랴부랴 사람 구한다 해도 처음 온 가게에서 뭘 하겠어요. 이런 사소한 문제가 쌓이다 보면, 고객들도 ‘뭔가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고 발길을 끊습니다.”

-김밥집은 사람이 많이 필요하죠.
“네, 그게 가장 큰 약점이죠. 최소한 4명은 필요해요. 사람 관리 힘들어서 분식집 못하겠다며 치킨집 차리려는 분들도 많아요. 치킨은 사장이 직접 만들고, 배달만 시키면 되니까요.”

-그럼 김밥집은 별로인가요.
“아니죠. 김밥집의 장점은 고객층이 넓다는 거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먹는다는 건 정말 큰 장점이에요. 가맹점주가 큰돈은 못 벌어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죠.”

-김밥집도 경쟁이 치열한데.
“그게 왜 나쁘죠. 김밥집이 많이 생기는 건 그만큼 수익이 나고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잘 안 망한다는 거에요. 경쟁 점포가 적다고 장사가 잘 안 되는 업종에 가맹점을 내는 게 더 미련한 것 아닌가요.”

-김밥집 창업 준비생들에게 한마디.
“아무리 생각해도 장사는 부지런한 게 최고의 무기 같습니다. 집에서 설거지도 안하던 사람이 식당 차리면 잘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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