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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었다, 강남 재건축 한달 새 2억 빠진 곳도

뉴스 장상진 기자
입력 2016.11.21 23:38

[11·3 대책 이후 재건축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급랭]

서울 재건축 지난주 0.2%↓… 3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
풍선효과 예상됐던 수도권, 오히려 청약 미달사태 속출

"○○○ 부동산입니다. 34평(전용 84㎡) 급매물, 12억9000만원에 가능합니다. 연락 주세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A부동산 중개업소는 최근 중개업소에 등록된 고객들에게 은마아파트 '급매물' 광고 문자를 일제히 보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강세를 보이던 지난달 초만 해도 이 아파트는 13억8500만원에 거래됐고, 호가(呼價)는 14억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던 10월 하순부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한 달 반 사이에 1억원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11·3 대책 영향도 있지만, 정치권도 뒤숭숭하고 금리 인상 얘기까지 나오다 보니 강남 재건축 시장도 못 버티는 것 같다"며 "가격을 1~2주 단위로 수천만원씩 깎는데도 도통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11·3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강남 재건축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한 채 값은 1개월여 만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가량 하락했다. '풍선 효과'가 예상됐던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청약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달 초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정부 일각에서도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것도 문제"라는 진단이 나온다.

◇잠실주공·압구정 현대 호가, 억대 하락

서울 전체 아파트 값 상승세를 이끌어온 재건축 아파트 값이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리서치 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11월 14~18일) 0.2% 하락했다. 3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었고, 3주 연속 하락세였다. 하락세의 진원지는 11·3 대책을 통해 분양권 전매가 완전 차단된 서울 '강남 4개구'이다. 이 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 하락률은 송파구가 0.64%로 가장 컸고, 강남구(-0.17%), 서초구(-0.13%), 강동구(-0.07%)도 모두 내렸다.

송파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의 전용면적 76㎡ 아파트는 지난 17일 13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달 초 실거래가가 15억2500만원, 호가는 15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아파트다. 1개월 사이 2억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올 들어 서울 시내 1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컸던 압구정 구현대5차 전용 82㎡ 아파트도 작년 말 14억4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지난달에는 호가 기준 20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8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풍선 효과는 없었다… 수도권 미분양 속출

11·3 대책 발표 당시 주택시장 일각에선 비(非)규제 지역에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예상은 다소 빗나가고 있다. 부동산리서치 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11·3 대책 이후 수도권에서는 총 11곳의 아파트 청약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6곳이 1순위에서 미달됐다. 인천 영종하늘도시 푸르지오자이가 1순위 청약에서 0.14대1로 미달됐고, 힐스테이트 평택3차는 0.27대1을 기록했다. 또 용인시 보라동 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0.43대1, 동탄2신도시 중흥S클래스 에듀하이가 0.5대1을 각각 기록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해당 아파트의 입지, 브랜드 등이 제각각이어서 11·3 대책 여파라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풍선 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주 대거 문을 여는 분양시장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과열도 급랭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의 약세 전환을 '시장의 정상화'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지만, 시장이 갑자기 위축되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들어 초가을까지 이어진 강남 재건축 시장의 활황에 비이성적으로 이뤄지던 거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이긴 하지만, 갑작스러운 위축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주택시장은 과열도 문제지만 급랭해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보자면 11·3대책으로 '약간'의 풍선 효과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고, 주택 경기 전반이 '뜨뜻미지근'하게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분양시장 상황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이미 국내 주택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른 위축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고, 정국도 불안해 11·3 대책의 효과가 예상보다 강할 수 있다"며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가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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