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상승 따른 차액 노려
비싼 전·월세로 서울 탈출 늘자 세입자 구하기 쉬운 전세 는 탓도
서울 아파트의 임대 거래 시장에서 전세 거래 비중이 늘고, 월세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전·월세 임대차 계약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임대차 계약 중 61.9%였던 전세는 지난달 68.8%(1만1041건)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월세 거래는 38.1%에서 31.2%(5016건)로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15일까지 전세 거래가 전체 임대차 거래(6424건) 중 67.7%를 차지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전세의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임대주택 거래에서 전세가 줄고 월세 비중이 늘어났던 것과는 정반대의 변화다. 지난해 초(1월)까지만 하더라도 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은 27.8%였다가 올해 3월 38.1%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3월 이후부터 월세 거래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세 강세 현상은 아파트값 상승을 노리고 비교적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Gap)투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갭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액만 투자해 집을 사는 투자 방식으로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실제로 전세 거래 비중이 높은 곳은 금천구(84.3%)·강서구(76.6%)·강북구(73.9%) 순으로 이 지역들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전세금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또 서울의 올해 입주 아파트 수(2만3700가구)가 작년보다 10%가량 늘었고, 서울의 높은 전·월세를 피해 경기도로 이주하는 인구(올해 8월까지 8만6000여명)가 늘어나면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포기하고 세입자를 구하기 쉬운 전세로 전환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집값 상승기에는 갭 투자가 별 위험이 없어 보이지만,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