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박창민 사장]
"금리인상·공급과잉·대출규제로 향후 2~3년간 녹록지않아
재건축·재개발로 갈 수밖에… 대규모 구조조정 없을 것"
"국내외 건설 시장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기회는 있다고 봅니다. 국내 주택시장에선 재건축·재개발, 해외에선 베트남을 집중 공략해 위기를 돌파하겠습니다."
박창민(64)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본사 사옥에서 만난 자리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고문을 지낸 박 사장은 지난 8월 대우건설 43년 역사상 외부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수장(首長) 자리에 올랐다. 박 사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있었지만, 취임 2개월이 지난 현재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게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연내에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대규모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없을 것"이라며 "본사 근무 인원은 줄여 현장으로 배치하고, 일부 조직은 통폐합하는 방안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건설 현장의 '주말 근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쉬지 않고 일한다고 해서 업무 성과가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상당수가 주말에 발생한다는 것도 문제지요. 그래서 주말 근무는 금지했더니 생산성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고, 직원들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박 사장은 국내 민간 주택 공급 1위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위상을 지켜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향후 2~3년간 금리 인상, 공급 과잉,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주택시장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으로 가는 길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내년에는 올해(2만여 가구)와 비슷한 수준인 1만9000여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주택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푸르지오' '푸르지오 써밋' 등 아파트 브랜드를 변경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선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철저하게 수익성이 보장된 프로젝트만 수주하면서 해외사업이 전체 사업 비중에서 50%를 초과하지 않게 관리해 나간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박 사장은 베트남에 대해 "해외 시장 가운데 중국 건설사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며 "대우건설이 하노이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건설 사업도 순항하고 있어 연내 베트남 해외 지사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내년 상반기쯤 대우건설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2011년 산업은행이 매입할 당시의 절반 이하인 주당 6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박 사장은 "내년쯤에는 해외 사업장 부실이 상당 부분 해소돼 본격적인 실적 '턴 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는 시장에서 대우건설에 대한 확실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