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고수] ②얼굴없는 블로거 김동현씨
“남의 집이니 대충살자고? 전셋집도 꾸며야”
거실에 북카페 만들거나 테이블 놓으면 좋아
조명을 전부 형광등? “집 분위기 망칩니다”
초보자는 문 손잡이나 전등부터 바꿔보세요
김동현 씨는 ‘김반장의 이중생활’의 주인장으로 1세대 인테리어 블로거다. 자신의 일상과 관련된 글을 취미로 올리다가 2008년 결혼 이후 전셋집을 얻었는데, 그 집을 꾸미는 과정을 담은 인테리어와 리폼 글을 올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루 방문자 수가 50만명을 찍은 적도 있다.
그는 8년 동안 주로 지인들 요청을 받아 집·사무실·카페 등 30여개 공간의 인테리어를 도왔다.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한 내공을 바탕으로 인테리어에 다양한 시도를 했다. 아내도 공간 꾸미는데 관심이 많은 터라 서로 죽이 잘 맞는다고 한다.
블로그 문패에서 김반장은 영화 ‘홍반장’ 캐릭터에서 따왔다. 이중생활은 본업은 따로 있고 취미로 인테리어를 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는 방송이나 강연 섭외가 들어와도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면 단칼에 거절한다. 조선닷컴의 부동산·인테리어 콘텐츠 플랫폼 땅집GO가 유명세를 불편해 하는 이 ‘은둔자’를 서울 을지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블로그 콘셉트를 전셋집으로 잡은 이유는.
“‘남 집이니까 대충 살자’는 옛 어른들 논리에 따라야 할까요? 결혼이든, 독립이든 내 공간이 생기면서 본격적인 사회 생활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경제적인 여건에 맞게 살림도 늘리고, 집도 내 생활에 맞게 고치면서 사는 게 자연스럽죠. 전세냐 자기 집이냐, 이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셋집을 고치려면 집주인 설득이 필요한데.
“계약 전에 집주인에게 고치고 싶은 부분을 말하고 양해를 구해요. 옛날 집에는 몰딩을 많이 했는데 칙칙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페인트칠이나 집을 고쳐쓰면 2년 후에 집 가치가 오를거라고 말하면 싫어할 집주인은 없을 거에요. 다만 집 주인이 깐깐한 편이라면 원점에서 계약을 재고할 필요는 있어요.”
-설득 이후에는 원하는대로 고치나요.
“과감한 시도는 자제하는 편이에요.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 입장에서도 한번쯤 생각하죠. 저는 벽을 칠할 때 흰색이나 흰색에 가까운 미색 외에 다른 색은 쓰지 않아요.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면 되거든요. 집을 깔끔하게 만든다는 컨셉으로 바꿉니다”
-첫 번째 전셋집은 어땠습니까.
“운좋게도 벽, 바닥, 천정 인테리어가 잘 된 집을 계약했어요. 이 세 가지가 인테리어의 밑바탕이 됩니다. 집이 작다보니 아기자기하게 꾸미기로 정하고 필요한 건 리폼을 하거나 제작했어요. 망쳐도 어느정도 쓸 만한면 그냥 쓰자는 생각이에요.”
-2년만에 새집을 얻으셨죠.
“2년 뒤에 나가더라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꾸몄어요. 큰 돈을 쓴건 가구 정도에요. 가져갈 수 있는 건 다 가져가는 편이에요. 조명, 손잡이, 전등도 다 가져갑니다. 두고가는 건 벽에 칠한 페인트, 주방의 시트지와 타일 정도에요. 그거 다 합쳐도 얼마 안되요.”
-인테리어 뭐부터 해야할까요.
“본인의 취향을 알고 콘셉트를 확실히 정해야죠. 잘 모르겠으면 첫 전세기간을 자신의 취향을 찾는 기간으로 잡고 하나씩 바꿔도 괜찮을 거예요. 예산은 2년 만에 나오더라도 억울하거나 아깝지 않은 금액으로 하고요. 물론 가구비용은 제외고요. 가구는 들고 이사가는 거니까요.”
-가장 중요한 곳은 어딜까요.
“거실에 투자하세요. 집안의 첫 인상을 좌우하고 가족이 모이고 손님을 응대하는 공유 공간이잖아요. 요새 유행하는 북카페처럼 꾸며도 좋아요. 거실에 테이블 놓으면 주방에서 음식 만들고 식사는 거실에서 할 수도 있어요.”
-좋은 인테리어란 뭘까요.
“누구나 잡지에서 소개하는 집처럼 할 순 없죠. 지금은 너무 보여주기식 인테리어가 됐어요. 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잖아요. 함께 살 가족들과 의논하고 서로 원하는 공간으로 바꿔가야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예쁜 집이 아니라 가족이 행복한 집이 진짜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신의 한수로 쓸만한 게 있을까요.
“어느 하나를 바꾼다고 집안이 확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런 비법은 없어요. 여러가지가 어우러져 효과가 나오거든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벽이나 바닥, 천장을 중요하게 여겨요. 잘 만들어진 토대 위에 조명, 가구, 소품을 적절히 활용하면 조화로운 공간이 완성되죠.”
-반대로 악수는 뭘까요.
“형광등이요. 안방, 거실, 주방, 서재 등 집안 조명을 죄다 형광등으로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형광등은 집안 분위기를 건조하게 만들어요. 식탁에는 팬던트 조명이 제격이고, 침실엔 무드등을 달면 될텐데 말이죠. 실내가 무조건 밝을 필요는 없거든요. 호텔이나 카페처럼 분위기 좋은 곳들의 공통점은 조명으로 공간을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부 셀프인테리어로 하나요.
“기능과 안전에 문제될 수 있는 영역은 셀프 인테리어를 삼가는 게 좋아요. 화장실과 싱크대가 대표적이죠. 위생과 직결됩니다. 아랫집으로 물이 새면 큰 일이잖아요. 보수 비용도 많이 들죠. 요즘 화장실 벽 타일에 페인트를 덧바르는 게 유행인데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장판같은 경우도 기회 비용을 따져보세요. 셀프 인테리어가 능사는 아닙니다.”
-작은 집은 어떻게 하죠.
“10평 이하라면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가구가 유용합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테이블을 놓고 식탁 겸 책상으로 써도 되고요. 공간을 분리해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동선(動線)을 정리하면 생활할 때 불편한 점을 줄일 수 있어요.”
-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 안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돌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죠. 갓난아기 때는 안방 침대 프레임을 빼서 아기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세요. 아이가 기어다니거나 걸어다니면 거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테이블을 놓거나 벽을 바라보던 테이블을 바꿨어요.”
-요즘 관심두는 스타일은.
“정확한 명칭은 아닌데 일본식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본은 개인 공간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진행될 걸로 알고 있어요. 단아하면서 과시하지 않지만 은근한 느낌이 맘에 들어요. 일본 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인조가죽 쇼파를 사서 국내로 부친 적도 있습니다.”
-손재주가 없다면.
“문 손잡이부터 한 번 바꿔보세요. 작은 것부터 하세요. 전등을 바꾸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가구를 직접 짜고 싶다면 국기함 만드는 걸 떠올려 보면 됩니다. 국기함은 잘라진 나무를 조립하고 사포질하고 칠하는 거잖아요. 손재주보다 꼼꼼하게 일하는 끈기에 달렸어요.”
‘김반장’ 김동현 씨는 자신이 작업한 인테리어 과정을 사진과 글로 엮어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전셋집 인테리어’인데 부제가 ‘노마드 인테리어’다. 집을 고쳐살다가 다른 집으로 옮기고 집에 집착하지 않는 ‘김반장의 철학’을 보여준다.
“블로그에 컨텐츠가 쌓이면 또 책을 낼 수도 있겠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취미의 장점은 내가 관두고 싶을때 그만두면 되니까요. 관심사가 바뀌면 그걸 또 파고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