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치킨은 늘 먹던 집에서 시켜먹죠. 선점이 중요해요"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16.11.08 09:19 수정 2016.11.30 23:08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0만명 정도가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고 80만명은 폐업한다. 서울에서 식당이나 편의점 등을 차려 10년간 생존할 확률은 20%도 안된다. 조선닷컴의 부동산·인테리어 콘텐츠 플랫폼 땅집GO가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만의 노하우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창업스타를 만나다] ③‘반마리 치킨’ 개발한 남승우씨

일본서 13년 운영한 여행사 접고 치킨집 창업
번동 원룸촌서 1년만에 연 순수입 1억대 달성
영업 1순위는 ‘홍보’…매달 전단 5만장 돌려
혼밥족 겨냥 ‘반마리 세트’ 등 신메뉴도 개발
수도권 신도시는 아직 경쟁적어 창업에 유리

BBQ 번동점주 남승우씨가 새로 오픈할 예정인 카페형 매장 앞에 서있다./한상혁 기자

서울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강북구 번동의 빌라·원룸촌. 혼자 사는 가구가 많아 10여개 배달 음식점이 매일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남승우(49)씨는 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은 ‘치킨맨’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인 비비큐(BBQ) 번동점을 창업해 1년만에 월 매출 5000만원, 연 순수입 1억원 이상을 올린다.

요즘 번동점 인근에 ‘BBQ 올리브치킨 카페’ 오픈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났다.

■13년 운영한 여행사 접고 치킨집 창업

남씨는 일본에서 13년간 여행사를 운영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이후 여행 시장이 죽을 쑤면서 사업을 접고 2012년 서울 강북구 번동에 BBQ 점포를 열었다.

-번동을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줄곧 살았던 곳이죠. 동네 구석구석까지 사정을 잘 알고 있었죠.”

BBQ 번동점은 원래 창업자가 따로 있었다. 그가 넘겨받을 당시만해도 월 1500만원 매출을 올리는 그저그런 점포였다. 하지만 그는 권리금을 5000만원이나 주고 인수했다. 가장 인기 브랜드인 BBQ를 얻기 위해 그 정도 초기 투자는 감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가맹비 1000만원과 교육비440만원, 임대보증금 1000만원 등을 포함하면 초기 6개월간 1억2000만원 정도를 투자했다. 그나마 강북이어서 저렴한 편이었다.

남씨의 영업 전략 1순위는 가게를 알리는 것, 바로 홍보였다. 단골 확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초기부터 월 200만원 이상을 홍보비로 지출했다. 특히 공들인 게 전단, 속칭 ‘찌라시’였다. 1장당 50원씩 월 4만~5만장을 꾸준히 원룸촌에 무차별(?) 살포했다.

-왜 전단이었나요.
“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전국적으로 TV광고를 해줍니다. 여기에 내가 돌린 전단을 본 사람들이 TV 광고를 떠올리면서 이게 배달 주문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죠. 프랜차이즈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홍보 방식이기도 하죠.”

남씨는 장사 시작 직후부터 열심히 홍보한 덕에 ‘동네 치킨집 수입’은 났다. 하지만 아들 셋에 조카들까지 먹여 살리려면 더 열심히 전단을 돌려야 했다. ‘동네 치킨집 수입’이란 부부가 같이 일하면서 월 순수입 300만~400만원 정도 버는 수준이다. 그는 ‘아직 우리 동네에서 BBQ 안 먹어본 사람이 많다’는 생각으로 전단을 들고 매일같이 동네를 누볐다. 그리고 1년쯤 지나자 매출이 현재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그는 지금도 월 500만원씩 홍보비로 아낌없이(?) 사용한다. 월 매출의 10%에 달하는 적지 않은 돈이다.

BBQ 번동점주 남승우씨가 새로 오픈할 예정인 카페형 매장에 서있다./한상혁 기자

■‘반마리 세트’ 등 신메뉴 개발

남씨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신메뉴 개발에 있었다. 대표적인 메뉴가 이른바 ‘치킨 반마리 세트’였다. 남씨가 1인 가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2012년 BBQ 본사에 건의해서 빛을 본 메뉴다.

-개발 동기는요.
“가족들과 떨어져 일본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면서 1인 가구에 딱 맞는 배달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BBQ 본사에서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받아들였고 나중에 ‘만원의 행복’이란 이름으로 신메뉴가 출시됐어요.”

남씨의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몇 달 뒤 치킨과 피자를 묶은 신개념 가족세트(실속세트와 만족세트)도 고안했다. 원래 BBQ 메뉴에도 피자는 있었다. 하지만 피자만 따로 시켜먹는 고객이 거의 없다는 점, 피자와 치킨을 같이 먹고 싶어하는 가족이 많다는 점에 착안했던 것이다. 이 세트는 원룸촌에서 떨어진 아파트 거주자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냈다. 1인 세트와 가족세트는 현재 남씨 점포 매출을 끌어주는 최고의 효자 메뉴다.

-프랜차이즈가 성공을 보장해 줄까요.
“치킨 한번 튀겨본적 없던 사람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치킨 배달 점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겠어요? 가맹비는 브랜드와 기술을 사용하는 정당한 대가로, 가맹점주에게는 남는 장사입니다.”

-치킨을 맛있게 튀기는 비결은.
“(웃으면서)본사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맛있어요. 고객들이 우리 집 치킨이 다른 곳보다 맛있다고 하는데, 아마 정해진 레시피를 가장 충실하게 따르기 때문일 겁니다.”

-치킨집 열기 좋은 지역을 추천한다면.
“수도권 신도시가 상대적으로 좋다고 봅니다. 신도시는 아직 상권 기반이 잘 갖춰지지 않아 경쟁이 거의 없는 상태죠. 통상 치킨은 먹던 집에서 주로 시켜먹어요. 선점 효과가 다른 업종보다 크다는 것이죠. 치킨은 요즘 유행하는 배달앱을 통한 매출 비중이 다른 음식보다 낮습니다. 결국 시켜먹던 단골집에서 계속 시켜먹기 때문에 경쟁이 없는 지역에서 선점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남씨는 마지막으로 “길게 보고 시작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장사하는 사람 중에 ‘몇 년 하다가 권리금 받고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있다”며 “1~2년 하고 말 것이 아닌, 대(代)를 이어갈 자기 사업이란 생각으로 애착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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