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사겠다는 전화도, 팔겠다는 전화도 뚝 끊겨버리네요. 이게 11·3 부동산 대책이 나와서 그런지는 딱히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대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들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지역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정공인중개사무소 A대표는 “사실 대책이 예상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따져보면 기존 주택 시장 규제는 빠져 있어서 아직 ‘감’이 확실하게는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일 강남권 4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에 대해 분양권 거래를 전면 제한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주택 시장이 ‘눈치 보기’ 장세로 바뀌었다. 본지는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시장’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한 ‘풍선 효과’ 지역이 있느냐,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전망 등에 대해 의견이 크게 갈렸다. 반면, 대책으로 고분양가 행진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11·3 대책 수혜 지역 ‘있다’ VS ‘없다’, 의견 갈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서울 강남권 4개구 등 분양 시장 과열 지역의 경우 분양권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서울의 비(非)강남 지역도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6개월(민간 택지 기준)에서 1년 6개월로 1년 연장하는 것이다. 서울은 25개 구를 포함해 총 37개 시·군·구가 ‘청약제도 조정 지역’으로 분류돼 이번 부동산 대책의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그렇다면 이 지역들을 제외한 지역은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 효과’로 수혜를 보는 일이 벌어질까.

이에 대해 ‘수혜 지역은 없다’는 예상과 ‘일부 지역은 수혜 지역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5대5로 팽팽하게 갈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기본적으로 분양 시장의 수요를 차단하는 대책이어서, 분양 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수혜 지역이 크게 없을 것”이라며 “정부 입장에서도 다른 지역에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을 방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약제도 조정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는 ‘풍선 효과’로 청약자가 몰릴 수 있다는 진단도 만만치 않았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현재 분양 시장의 주도 세력은 초저금리 상황에서 은퇴 자금을 운용하려는 베이비 부머들인데, 이들이 일부 지역에 장벽을 친다고 해서 아예 부동산 시장을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풍선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 ‘조정 지역’ 주변의 청약 시장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자들이 몰릴 ‘수혜 지역’으로 경기도 용인·시흥·광주 등이 꼽혔다.

이번 대책으로 신규 분양 가격의 상승세는 꺾일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7명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청약자가 분양 단지마다 최소 20~30%는 빠지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선 건설사나 조합들이 리스크가 커져 ‘고분양가’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 전망은 의견 갈려

주택 시장에선 이번 대책 발표 전에 분양했던 아파트 단지의 분양권(이하 기존 분양권) 가격이 강세를 보일지, 약세를 보일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 중 4명은 ‘기존 분양권’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고, 6명은 기존 분양권과 대책 이후 분양권이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11·3 대책에서 분양 시장과 마찬가지도 ‘투기 세력’이 몰렸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대한 대책을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어떤 식으로든 재건축 등 기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반대 의견도 강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의 기존 주택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5명), 기존 주택 시장은 변화가 없을 것(2명), 시간이 지나면 강남권 기존 주택이 다시 강세를 보일 것(3명)이라는 의견으로 다양하게 갈렸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강남 재건축이 강세를 보인 것은 최근에 분양한 개포·반포 지역의 재건축 단지 분양 가격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어서, 분양가 고공 행진이 끝나면 기존 재건축 가격도 오를 이유가 크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인호 KDI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가격은 분양 단지의 가격 외에도 정부 정책과 용적률, 사업 속도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이번 대책과 관계없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중·단기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내년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송인호 KDI연구위원,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이상명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