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고 했다.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 교육을 위해 집을 세번 옮겼다. 교육열에 불타는 2016년 맹모에게 학교는 거주지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명문학군으로 입소문이 난 아파트는 수요도 꾸준하고 시세도 높다. 조선닷컴의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땅집go는 요즘 맹모들에게 주목받는 학군과 아파트를 집중 분석한다.
[2016 맹모의 아파트] ①강남 안부러운 판교 낙생학군
직장인·기업가 몰리며 낙생학군 명문 소문나
통학 가능한 원마을 9~13단지 인기…시세 급등
낙생초 신입생 매년 급증…낙원중도 공부잘해
낙생고는 명문대 진학률 전국 최상위권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학군을 꼽으라면 역시 서울 강남 8학군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강남 8학군 못지않게 학부모의 관심지로 떠오른 곳이 있다. 바로 판교신도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는 카카오, 엔씨소프트, NHN, 안랩 등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 입주하면서 고소득 직장인과 성공한 벤처기업가들이 속속 몰리고 있다. 이들은 대개 30~40대 학부모로 강남 아줌마들 못지 않게 교육열이 높다. 자녀들을 학원으로 데려다주는 ‘학원가 라이딩’(riding)은 기본이다. 그렇다보니 판교는 전체적으로 평균 이상의 학력수준을 가진 학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판교는 경부고속도로 기준으로 동쪽은 백현동과 삼평동이 속한 동(東)판교로, 서쪽은 판교동과 운중동이 속한 서(西)판교로 나뉜다. 동판교와 서판교에는 초등학교 기준으로 4개의 학군이 있다. 동판교에 송현·보평·화랑·신백현학군이, 서판교에 낙생·판교·운중·산운학군이 있다.
이 중에서도 동판교의 보평학군과 서판교의 낙생학군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걸어서 통학할 수 있고 학업성취도 평가와 특목고 진학률 등에서 양대 산맥을 이룬다. 최근 판교 맹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는 곳은 낙생학군이다. 판교 학군의 전통 강자인 보평학군보다 잠재력이 더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떠오르는 낙생학군…초·중·고 모두 “공부 잘하네”
낙생초는 원래 일제시대인 1922년 판교 보통 공립학교로 개교했다가 1996년 낙생초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판교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2006년부터 3년간 휴교했다가 2009년 다시 문을 열었다.
낙생초는 최근 신입생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낙생초 입학생은 2014년 160명, 2015년 180명, 올해 218명으로 2년 만에 입학생이 58명(36%) 증가했다. 2013년 개교해 입학생이 반짝 증가한 화랑초를 제외하면 판교에서 입학생 수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낙생초는 지난해 46명이 전출했지만 77명이 전입해 5년 연속 전입생이 전출생을 앞질렀다.
낙생초가 맹모들에게 인기끄는 비결은 통학구역이다. 낙생초 통학구역은 ‘한국판 비벌리힐스’로 불리는 서판교 일대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역과 판교원마을9~13단지 아파트이다. 단독주택에 사는 입주민 생활 수준이 높고, 9단지를 제외한 판교원마을10~13단지가 모두 중대형 아파트여서 맹모들 사이에서 커뮤니티가 좋은 아파트로 입소문을 탔다.
성남시는 초등학교를 배정할 때 통학구역을 기준으로 삼는다. 중학교는 가장 가까운 1근거리 중학교를 1지망으로 지원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낙생초를 졸업한 학생은 낙원중으로 진학하는데, 낙원중 역시 ‘공부 잘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낙원중은 지난해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성남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내정중에 1위를 내주었지만 분당 명문으로 꼽히는 수내중보다 앞섰다. 판교에서는 물론 1위다. 학업성취도평가란 ‘보통’ 이상의 학력을 보유한 학생 비율을 나타낸다.
낙원중은 특목고 진학률 순위는 떨어진다. 지난해 낙원중은 6명(전체의 4.0%)의 학생을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에 보내며 판교에 있는 6개 중학교 중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16명(5.4%)을 진학시킨 보평중이다.
다만 낙원중은 근처에 웬만한 특목고보다 낫다고 평가되는 낙생고가 있다. 올해 낙생고는 서울대 합격자 15명, 연세대 합격자 25명, 고려대 합격자 25명을 배출할 만큼 명문대 진학률이 전국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특목고에 보내는 대신 가까운 낙생고에 보내려는 판교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원마을 9~13단지 전 고점 회복…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낙생초에 입학할 수 있고, 1근거리 중학교로 낙원중을 지원할 수 있는 아파트는 판교원마을9~13단지다. 성남시는 초·중학교 배정과 달리 고등학교 배정은 광역학군제(거주지와 관계없이 시내의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적용한다. 낙생고의 경우 분당구민이면 모두가 지원할 수 있다. 다만 통학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곳인 바로 원마을 9~13단지다. 4개 단지는 총 2496가구로 구성돼 있고, 9단지 한림풀에버가 1045가구로 단지 규모가 가장 크다.
원마을9~13단지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11,12,13단지는 낙생고가차도를 건너면 곧장 판교테크노밸리에 닿을 수 있어 판교 테크노밸리 직장인은 직주근접 측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현대백화점·아비뉴프랑 등 상업시설과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은 상대적으로 멀다.
상대적으로 원마을 9단지가 실수요자에게는 가장 인기가 높은 편이다. 실수요자가 많을수록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높다. 9단지 전용 71.84㎡ 전세가율은 81.7%다. 전용 84.95㎡와 84.99㎡도 80.4%로 서울 평균(74.2%)보다 높다. 원마을 9~13단지에서 80% 넘는 곳은 9단지가 유일하다.
하지만 원마을 9~13단지의 시세는 2013년 이후 많이 올라 추가 상승에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한림풀에버 전용 84.99㎡는 2011년 말 7억8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2년 말에는 5억8000만원대까지 급락했다. 이후 2013년부터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고 올해 7월 7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점(7억8000만원)을 회복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낙생학군은 학군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곳이어서 주변 단지의 가격(price)이 떨어질 수 있어도 본질적인 가치(value)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최근 수요 억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학원가 없어 ‘분당 라이딩’ 불가피
낙생학군에는 약점도 있다. 바로 판교에 학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교 시간이 되면 낙생초 교문 앞 2차로 도로는 자녀를 분당에 있는 학원 등으로 라이딩(실어나르기) 하기 위해 기다리는 학부모 차량으로 가득하고, 수내동 유명 영어학원 셔틀버스도 바쁘게 교문을 오간다.
사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줄 시간과 여력이 없는 맞벌이 부부라면 낙생학군 입주가 고민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 점은 보평학군을 포함한 판교에 있는 모든 학군이 갖는 공통 약점이다.
판교의 한 공인중개사는 “분당 라이딩을 감수할 수 있거나 아이들이 다닐 학원에 크게 개의치 않는 학부모,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는 청정 교육환경을을 원하는 학부모라면 낙생학군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