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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도 없는 후미진 골목인데…하루 600명씩 줄서는 빵집

뉴스 이재은 기자
입력 2016.10.25 09:35 수정 2016.11.02 17:01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0만명 정도가 자영업 창업에 뛰어들고 80만명은 폐업한다. 서울에서 식당이나 편의점 등을 차려 10년간 생존할 확률은 20%도 안된다. 끊임없는 노력과 자신만의 노하우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을 만나 비결을 들어봤다.

[가맹점 창업 스타를 만나다/ ②외대생 입맛 잡은 김일선씨]

2009년 왕십리 빵집 망하기 직전 외대 후문 이전
지하철없는 후미진 골목에 손님 몰려 매출 3배↑
학생들 좋아하는 ‘큰빵’,‘카페스타일’ 도입 적중
“신선한 빵” 소문나자 배달 주문도 밀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후문에 자리잡은 파리바게뜨 외대후문점을 운영하는 김일선(43)씨는 "성공 요인의 80%는 입지, 20%는 주요 고객층을 고려한 컨셉"이라고 말했다. / SPC 제공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후문에 자리잡은 프랜차이즈 빵집 파리바게뜨 외대후문점은 ‘외대의 매점’으로 불린다. 후문에서 가까워 학생들이 교내 매점처럼 들락거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외대후문점을 운영하는 점주 김일선(43)씨를 만난 날에도 매장 안은 커피와 빵을 사려는 20대 학생들로 바글거렸다. 김씨는 “하루 평균 600명 정도 매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외대후문점은 전국 3300여개 파리바게뜨 가맹점 가운데 매출과 순익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전체 가맹점 평균 매출보다 10% 정도 많다.

■“후미진 골목인데 학생들 몰려”

김씨는 원래 서울 왕십리에서 빵집을 운영했다. 김씨는 “2005년 처음으로 파리바게뜨 매장을 열었는데 왕십리 뉴타운 사업으로 주택가와 상권이 축소되면서 3년 만에 판매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경영난에 봉착하자, 본사에서 가맹점 이전을 권유했다.

본사에서 찾아준 장소가 외대후문점이었다. 그런데 김씨는 “처음 봤을 때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도무지 장사가 될 장소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랬죠.
“파리바게뜨는 보통 역세권이나 학교 정문에 들어서는데 외대후문점은 지하철역에서도 멀었어요. 그나마 후미진 골목으로 한참 걸어들어와야 겨우 찾을 수 있었죠. 한숨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근처에 경쟁 빵집이 없고 베이커리와 커피의 주 수요층인 학생 유동인구가 많다. 한번 믿고 해보라”며 설득했고, 김씨는 마지못해 이전을 결심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매장을 옮기자마자 왕십리 시절보다 매출이 3배쯤 수직 상승한 것이다. 김씨는 “2009년 여름에 이전했는데 개강 첫날부터 학생들이 몰려와 깜짝 놀랐다”며 “쉬는 시간이면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커피와 빵을 사가서 ‘외대의 매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결과적으로 보면 입지가 좋았죠. 외대 후문에서 우리 매장까지 거리가 10m 정도되는데, 어른 걸음으로 10걸음도 채 안됐죠. 더구나 주변에 편의점이나 빵집도 없어서 간식거리와 커피가 필요한 학생들이 모두 몰렸던 겁니다.”

파리바게뜨 외대후문점은 학생들이 교내 매점처럼 드나든다고 해서 '외대의 매점'이라고 불린다. / SPC 제공


■입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대후문점의 성공 비결은 비단 입지만이 아니다. 김씨는 ‘성실’과 ‘혁신’을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점주가 알바생에게 일을 맡기고 매장을 직접 돌보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일 오전 9시 매장으로 출근해 바닥과 테이블을 닦는다. 하루 6시간 이상 매장을 지킨다.

-요즘엔 경쟁이 심해지지 않았나요.
“맞아요. 주변에 카페와 빵집, 대형 편의점이 부쩍 늘었죠. 그런데 우리 가게는 손님이 더 늘었어요.”

-왜 그렇죠.
“저는 10년 후에도 학생들이 최고로 만족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직원 교육과 제품 종류, 인테리어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의 혁신 노력은 매장 구조에서 잘 드러난다. 여느 빵집과 달리 매장을 카페 형식으로 뜯어고쳤다. 20대 초반 대학생들을 겨냥한 것이다. 일반 파리바게뜨 매장은 문을 열면 빵 진열대부터 보인다. 외대후문점은 테이블 10여개와 좌석으로 구성된 카페부터 눈에 들어온다. 빵 진열대와 계산대는 가게 안쪽의 유리문을 또 한번 열고 들어와야 보인다. 김씨는 “학생들은 빵집이 아니라 앉아서 공부하거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생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카페 분위기로 구조를 바꿨다”고 했다.

김씨는 고객 관리와 서비스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외대후문점 단골인 20대 초반 여학생들은 입맛이 까다롭고 유행에 민감하다”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취향을 파악하고 신뢰를 쌓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면요.
“요즘 학생들은 크기가 작은 빵보다 큰 빵을 좋아하죠. 그런 변화는 매장에서 직접 빵을 팔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요. 대학생 대상으로 무료 빵 사이즈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더니 단골 손님이 더 늘었죠.”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을 고르고 있는 고객.

■“신선한 빵 유지가 관건…전문지식 쌓아야”

그는 빵과 관련한 전문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빵집의 기본은 맛있고 신선한 빵이죠. 본사에서 빵을 공급하지만 매장에서 빵 굽는 횟수나 시점에 따라 맛과 신선도가 달라집니다. 빵을 잘 알아야 매일 신선한 빵을 판매할 수 있어요.”

―모친이 제과점을 운영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 덕분에 어릴 때 빵 굽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죠. 어떤 빵이 금방 눅눅해지고, 어떤 빵이 맛이 오래가는지 잘 알게 됐어요. 예컨대, 피자빵이나 바게트빵은 맛이 금방 변해서 아침에 한꺼번에 굽지 않고 오전·오후로 나눠서 2번 굽는 게 좋아요.”

다른 매장보다 빵이 신선하기 때문에 외부 배달 주문도 밀려든다. 왕십리의 한 의류 회사는 11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오후 4시가 되면 김씨의 매장에 빵을 주문한다.

김씨는 빵집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50~60대 중에는 은퇴자금으로 파리바게뜨나 열어서 알바생 쓰면 알아서 장사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접근하면 대부분 실패합니다. 빵집이 성공하려면 빵의 신선도부터 서비스, 매장 인테리어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점주가 직접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본사에서 알아서 다 해줄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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