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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대책 낸지 4일만에 "부동산 과열땐 또 대책"

뉴스 이진석 기자
입력 2016.08.30 02:47

임종룡 "분양시장 즉각 대응… 이번 대책 평가해 보완하겠다"
금융위원장 "부동산 과열 지나친 우려… 지금은 공급과잉 대비가 필요한 시점"

가계 부채 대책으로 내놓은 주택 공급 축소 방안이 수도권 분양 시장을 더 과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기록적인 가계 부채 급증의 원인인 집단 대출을 줄이려면 애당초 분양권 전매 기간 제한 연장 등 근본적인 대책을 썼어야 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를 걱정해 공급 축소라는 미지근한 방법을 동원했다가 대책이 대책을 부르는 상황이 됐다. 문제를 풀기는커녕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9일 "분양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가계 부채 문제의 해결에 최우선적인 정책 순위를 두고 대응하겠다. 이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고 성과를 냉정히 평가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 부채 대책은 집단 대출을 줄이기 위한 택지 공급 축소 등이 핵심이다. 이 대책이 신규 집단 대출 억제 등의 효과는 있겠지만, 분양권 전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고 주택 공급 축소로 부동산 가격 상승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임종룡(가운데) 금융위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분양시장 과열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비해 부처 간 비상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는 이번 가계 부채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킬 조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시점은 지난해 역대 최대 분양 물량에 이어 밀어내기식 분양 등 공급 과잉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급 과잉이 이어질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2012년과 같이 입주 거부 분쟁 등이 발생하고 가계 부채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시장의 반응은 좀 더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관련 부처들과 함께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도 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주택 공급 물량 축소가 적절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인허가와 분양이 급증했으며, 이런 현상이 올해도 계속되면 2~3년 후에 공급 과잉 우려가 가시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누적된 인허가 주택이 41만7000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게다가 미분양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6만3127가구로 6월보다 5.2% 늘어나 201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이후 주택 분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차관은 가계 부채 대책에 청약 자격 제한이나 전매 제한 강화 같은 '강력한 대출 수요 억제책'이 빠진 것에 대해 "지금 시장은 '양극화 상태'다.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 단지에 과열 현상이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공급 과잉이 가시화될 상황이라 강력한 대책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강원 등 지방에서 지난달 미분양이 6월 대비 13.8%나 늘어났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에 대해서도 "서울 강남 지역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작년 1~7월에는 6.4%였고, 올해 같은 기간엔 2.4%에 그쳤다"며 과열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과열이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대책을 쓰면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미지근한 대책을 쓴 것이지, 정책 실패가 아니라고 해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가계 부채 대책은 양극화 상태를 더 심하게 만들 수 있는 대책이고, 수도권 분양 시장만 더 달아오르게 만들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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