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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대책, 효과 없다"… 수도권 일부 부동산시장 과열 현상

뉴스 장상진 기자
입력 2016.08.28 20:11 수정 2016.08.28 21:11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개포주공 3단지 전경. 현대건설이 이곳을 재개발해 분양하는‘디 에이치 아너스힐’은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 안팎에 달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연정 객원기자


28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운니동 ‘삼성 래미안 장위’ 모델하우스 1~3층은 수백명의 손님으로 북적였다. 전용면적 84㎡ 견본 주택 앞에는 ‘ㄹ’자(字) 모양의 줄까지 생겼다.

한상윤 삼성물산 분양2사무소 차장은 “강북 아파트인데도 이례적으로 금·토·일 사흘 동안 1만5000명이 몰렸다”며 “당초 예상을 20~30% 웃도는 것”이라고 했다. 관람객 김수연(41·공무원)씨는 “그간 가격 하락 걱정에 내 집 마련을 망설였는데, 지난주 공급 축소 위주의 정부 발표를 보고 사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지난 25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이 오히려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분양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강남발(發) 재건축 투자 열기는 목동·노원 등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당초 시장은 분양권 전매 제한 등 ‘강력한 대출 수요 억제책’을 예상했지만, 이번 정부 대책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부 지역과 지방의 공공택지 내 미분양 아파트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정부가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희소가치’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정부가 규제책을 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고(go) 사인”… 망설이던 수요, “시장으로”

정부가 집단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지방 택지 공급을 줄이는 가계대출 대책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인 26일, ‘재건축 1번지’인 서울 강남 공인중개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 조치를 적용받고도 24일 10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재건축 아파트 ‘개포주공 3단지’였다.

개포동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부동산 투자자가 관심 가질 만한 내용이 없어, 관련 문의도 없다”고 했다. J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가 지금 재건축 시장 상황에 ‘고(go)’ 사인을 준 것으로 해석한다”며 “매도하려던 사람들도 가격 추가 상승을 기대해 물건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강남·송파·양천·노원구 등은 이미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가 작년 7월에 비해 18~42% 급증한 상태다.

지방을 포함한 전국 공공택지 내 미분양 아파트 시장은 정부 발표 이후 오히려 활기를 띨 조짐이다. GS건설이 지난 5월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분양한 ‘스카이시티자이’ 아파트는 26일부터 모델하우스 방문객과 신규 계약이 크게 증가했다. 정부 발표 전주(前週)에 비해 방문객 수는 하루 평균 하루 20팀에서 50여팀으로, 계약 건수도 일주일에 20여건에서 이번 주는 40여건으로 각각 늘었다. 아파트를 보러 온 정모(37·인천 연수구)씨는 “이번 발표로 공공택지 아파트는 향후 희소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발(發) 부동산 쏠림, 정부가 고삐 풀어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그동안 주택 구입을 망설였던 수요자·투자자들을 시장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 수요와 집단 대출을 억제할 수 있는 분양권 전매 제한, 중도금 집단 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등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알짜 대책’은 없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지금 부동산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저(低) 금리고, 그나마 ‘정부가 규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러한 투자 수요를 일정 부분 묶어두고 있었다”며 “이번 발표는 투자 심리의 고삐를 풀어버린 격”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 한 모델하우스를 구경 나온 이종진(39·금융사 근무)씨는 “1~2년 뒤 공급 과잉이 현실화하면 경매로 집을 사려 했는데, 정부 발표를 듣고 나니 그때까지 값이 계속 오를 것 같아 조바심이 든다”고 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정부 대책이 가계대출을 줄이면서도 부동산 경기는 꺼뜨리지 않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담다 보니, 가을철 이사 수요와 맞물린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세졌다”고 했다.

특히 정부가 직접 ‘공급 축소’를 공언한 공공택지에는 없던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 시흥시 은계지구에서 ‘은계 우미 린’ 아파트를 분양하는 우미건설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전화 문의가 하루 20통에서 30여통으로 늘었고, 계약 건수도 전주보다 50% 이상 늘었다”며 “특히 그간 안 팔렸던 중·대형 아파트에도 투자자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열 지속되면 정부 추가 대책 나올 것” 경고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조언하고 있다. 이미 부동산 시장이 많이 오른 상태인 데다가, 더 과열되면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전 고점 대비 97~98% 오른 상황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많지 않은 만큼 추격 매수와 묻지마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이 지금처럼 계속 과열 상태로 가면 정부로서도 결국엔 당초 고심하다 접었던 ‘강력한 추가 대책’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특히 재건축 단지는 정부 규제나 경기에 따라 가격 급락이 심하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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