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 좋은 서쪽 호실은 예약이 거의 다 찼어요. 예약신청금을 호실당 100만원씩 받고 있는데도 혼자서 최대 10실을 예약하고 간 손님도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전왕곤 분양소장은 “월세 수익을 겨냥한 투자자들로 사전 예약이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분양은 청약자를 대상으로 추첨하지만,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한 물량에 대해서는 '선착순'을 적용해 계약한다. 이 오피스텔 청약일은 26일이지만, 선착순 대기자 명단은 지난 6일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24일 현재 전체 분양 물량 714실(室) 가운데 500실 이상이 사전 예약됐다. 이날 임시 오픈한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방문객 윤승호(54)씨는 "당첨되면 적금을 깨고 오피스텔을 장만해 월세 수익을 올려볼 것"이라며 "금리가 엉망인데 은행에 두는 건 무의미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저(低)금리가 지속되면서 한때 끝나는 듯했던 오피스텔의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한때 두자릿수를 기록하다가 수년간 하락해 최근엔 평균 5%대까지 내렸지만, 오피스텔 거래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떨어지면서 예금이나 적금의 수익률보다 오피스텔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맞물린 ‘오피스텔 붐’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공급 확대와 공실(空室)에 따른 수익률 저하 가능성을 경고했다.
◇“‘수익률 떨어져도 예·적금보단 낫다’ 인식 팽배”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수익률은 2002년 8.11%에서 2011년 5.92%로 하락했고, 올해는 지난달까지 5.5%를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갈 곳 잃은 뭉칫돈’은 오피스텔로 계속해 몰려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피스텔 거래시장에 몰린 유동자금은 2조8237억원이었다. 2010년 상반기(1조8332억원)보다 6년 동안 54% 증가한 것이다.
GS건설이 지난 5월 경기 일산에서 분양한 킨텍스원시티 오피스텔의 경우 평균경쟁률이 43.3대 1을 기록했고, 청약 1건당 1000만원씩을 받은 청약증거금은 370억원을 넘기도 했다. 계약금을 지불하는 당첨자 계약은 하루 만에 끝났다.
오피스텔의 인기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격’과 ‘금리 이상의 수익률’에서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1억~2억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은 오피스텔이 사실상 유일한 데다, ‘오피스텔 수익률이 아무리 내려도 금리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수익형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것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의 투자자문회사 그린스트리트자문이 오피스·상가·공장 등 수익형 부동산의 가치를 합산해 산출하는 미 '상업용 부동산 지수'(CPPI)는 2009년 4월 61.2포인트로 바닥을 찍은 뒤 두 배 이상 치솟아 지난달 현재 125.5를 기록 중이다. CPPI 집계가 시작된 1997년 이후 최고치다. 종전 최고치는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7월의 100이었다.
◇“고(高)분양가에 공실 우려…투자 신중해야”
문제는 오피스텔이 공급 과잉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오피스텔 분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3만9158실, 2014년 4만3373실, 작년에는 6만5415실이 분양됐다. 올해 예상치는 5만7925실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서울 전체 입주 오피스텔 물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244실이 입주하는 마곡지구의 경우, 일부 오피스텔 수익률은 4% 초반대다.
작년과 올 상반기 쏟아진 오피스텔로 입주 물량이 대폭 증가한 것도 부담이다. 올 9월 전국에 6385실, 10월에는 5476실, 11월과 12월에는 각각 3512실, 4321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올 상반기 월평균 입주 물량(3429실)보다 많다.
김규정 NH농협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로 한동안은 오피스텔 붐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최근 오피스텔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수익률 자체가 하락세인 데다,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한 공실 우려도 커지고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