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총 모집 금액 300억원짜리 ‘하나그랜드티마크 부동산펀드1호’는 1시간 만에 전부 다 팔렸다. 이 펀드는 일반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티마크그랜드호텔을 매입해 임대하고,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만기 5년간 되팔 수 없지만, 수익률이 연 5%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부동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펀드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에 부동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부동산 펀드 순자산액은 연일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리츠도 도입 10년 만에 자산 규모가 20조원으로 불어났다. 부동산을 담보로 인터넷을 통해 개인 간 자금을 주고받는 부동산 P2P 업체들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부동산 펀드와 리츠 등은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물류센터 등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운용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투자자가 직접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고 전문 운용사에 매입과 운용을 맡기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펀드는 평균 수익률 5%, 리츠는 8% 정도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8월 8일까지 부동산 펀드의 순자산액은 42조1534억원이다. 순자산이 40조원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부동산 펀드는 1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리츠도 142개(자산 규모 19조9000억원)로 역대 최대다. 박병태 한국리츠협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리츠는 오피스·상업용 건물 중심으로 운용됐지만, 작년부터 투자 대상이 활성화되면서 주택·물류 임대리츠 등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소액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은 뒤 부동산을 담보로 주택사업자 등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부동산 P2P 금융인 크라우드펀딩도 인기가 높다. 최소 투자 가능액이 5만~100만원 수준인 테라펀딩·루프펀딩 등 국내 주요 부동산 P2P 투자업체에는 30대 젊은 투자 층이 몰린다. P2P 금융 상위 5개 업체의 누적 투자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추세 속에서 개인 자금을 장기로 운용해 매달 수익률을 취하는 ‘자금의 연금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률이 나는 안전 자산인 부동산 등 실물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 펀드, 상장 리츠 늘어나며 일반인 소액 투자 기회 늘어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비교적 소액으로 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부동산 간접투자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부동산 펀드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나 최소 투자 금액이 수억원에 달해 소수의 자산가만 투자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 5월 금융위원회가 개인들도 최소 500만원으로 부동산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고, 투자운용사들도 일반인 소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펀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중구에 있는 ‘퍼시픽타워(옛 올리브타워)’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를 신한금융투자 등과 함께 올 10월쯤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입찰에 참여 중이다.
정부가 리츠의 상장 요건을 완화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리츠 접근도 쉬워졌다. 올 하반기부터 리츠 상장도 4년 만에 재개된다. ‘모두투어리츠’가 지난 5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하반기에 상장할 예정이고, 코람코자산신탁이 뉴코아아울렛에 투자하는 ‘코크렙 6호 리츠’도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투 부동산 팀장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은 이제 태동기”라며 “앞으로 공모 부동산 펀드, 상장 리츠 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펀드와 리츠 등은 부동산 실물과 연계돼 있어,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손실 리스크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부동산 직접투자는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지만, 펀드 등은 한번 투자하면 5년 혹은 7년간 되팔 수 없는 폐쇄형이 많아 자금 운용이 자유롭지 못한 점도 단점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는 “최근 나오는 공모 부동산 펀드나 리츠 등은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자유롭게 현금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펀드 등이 투자하는 부동산의 입지가 어떤지, 실제 공실률은 어떠한지, 펀드 등을 운영하는 운용사는 실적이 괜찮은지 등을 정확히 확인하고 투자해야 손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