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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100㎡ 월세, 런던 1275만원·서울 234만원·타이페이 128만원

뉴스 이석우 기자
입력 2016.07.11 20:58 수정 2016.07.11 21:04
/조선DB


“한국의 전세 제도는 외국인 입장에선 좀 신기하죠. 집값의 70~80%만 내고 살다가 그만 살겠다고 하면 그 돈을 그대로 돌려주는 거 아닙니까.”

3년 전부터 한국에 있는 외국계 식품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보증금만 내면 월세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다른 사람 집에 살 수 있다는 게 처음엔 너무 이상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눈에 보기에 신기하기만 한 전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체 임대주택 거래 중 월세(반전세 포함)로 거래된 비중은 2011년 33%에서 지난해 44.1%로 상승했다. 문제는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세입자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연구원 강미나 국토연구원 주택정책연구센터장은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내수경기가 위축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5개국 중 임대료 런던 가장 비싸고, 대만 가장 낮아

다른 나라의 월세 수준은 얼마나 될까. 본지는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에 의뢰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 이하 ‘GPG’)의 조사를 근거로 산출한 전 세계 주요 25개 도시의 임대료를 산출했다. GPG 자료에 따르면 25개국 중 영국 런던은 월평균 임대료가 1275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미국 뉴욕은 831만원, 홍콩은 808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임대료가 가장 낮은 나라는 대만의 타이베이가 128만원, 터키 이스탄불이 179만원, 남아공 케이프타운이 188만원 수준이었다.

외국의 도시 근로자들도 엄청난 월세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본의 대기업인 일본전산 영업부 과장으로 재직 중인 이케다 기미오(池田·42)씨의 경우 도쿄 시부야구의 에비스역(恵比寿駅)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주택(72㎡)에 산다. 이케다씨가 내는 월세는 361만원(31만5300엔)으로, 맞벌이인 이케다씨 부부의 수입(952만원)의 38%에 달한다. 이케다씨는 “또래에 비해 생활형편이 나은 편인데도 월세 내고, 적금 넣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집값은 거의 변동이 없는데, 월세는 거의 10년째 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임대료 부담 급증, 중산층 타격

한국 세입자들이 부담하는 임대료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일까. 우리나라는 전세 제도가 있어 임대료 계산이 다소 복잡하다. 전세 세입자의 임대료는, 통상적으로 세입자가 이 돈을 다른 데 활용했다면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기회비용’으로 계산한다. 학계에선 전세금을 3년 만기 국고채(1.22%)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으로 환산하는 경우가 많다.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에 따르면 8억원짜리 주택에 전세 6억원을 내고 산다고 하면, 100% 전세인 경우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은 61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집이라도 전세금 6억짜리 집에 4억원만 전세금으로 맡기고 나머지 2억원은 월세로 낸다면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은 128만원으로 두 배 정도로 껑충 뛴다. 또 전세 6억원을 모두 월세로(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 4.68% 적용) 바꾼다면 세입자는 234만원을 내야 한다. 전세인 경우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임대료가 완전 월세화가 되면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 조사 대상 25개국 중 이스라엘 텔아비브, 체코 프라하, 독일 베를린과 비슷한 2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월세화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세입자들의 월세 부담은 심각한 수준이어서, 국가 차원에서 중산층들이 집을 보유할 수 있도록 각종 금융·세제 혜택을 준다”며 “우리나라도 실수요 차원의 중산층 주택 구입에 대해서는 확실한 지원을 해 주는 방안을 고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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