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超저금리 시대… 서울 집값, 사상 최고

뉴스 이송원 기자
입력 2016.07.04 23:43 수정 2016.07.05 08:11

[서울 평균 집값 5억원 돌파… 2008년 조사 이래 최고가]

- 초저금리에 주택 투자 나서
큰손들 안전투자처로 몰려… 시장 과열됐다고 보긴 힘들어
- 강남·서초·송파구가 상승 주도
개포동 일부 재건축 단지 올해 들어 2억원 가까이 올라
- 강북은 4억원 돌파
재개발로 대규모 단지 들어서… 동대문·성북·마포 집값 강세

"그때 집을 샀어야 했는데…. 전셋값에 조금만 보태면 내 집을 살 수 있었거든요. 아쉽네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크게 오른 아파트값을 보면서 "2년 전 집을 살까 망설이다 그냥 전세로 들어간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는 전용 59㎡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2년 전 4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 5억4000만원으로 700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2억9000만원에서 현재 4억3000만원대까지 뛰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체돼 있던 서울 집값이 작년 초부터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평균 5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평균 집값 5억원 돌파

KB국민은행은 4일 "지난달 서울 아파트·단독·연립 등 주택 평균 매매가격이 작년 1월보다 평균 5400만원 오른 5억198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서울 집값이 5억원을 넘은 것은 KB국민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국민은행에서 부동산시세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가치평가부 임희열 팀장은 "2008년 말부터 조사가 시작됐지만, 당시 주택가격이 버블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의 서울 주택가격은 사실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은 2011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 2014년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만 4% 이상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강남구(3.64%), 서초구(2.57%), 송파구(2.1%) 아파트는 서울에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권이 가격 상승세 주도, 강북 일부 지역도 강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등 일부 재건축 단지는 올해 들어서만 2억원 가까이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의 전용 36㎡는 지난 1월만 해도 6억5000만원 안팎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8억50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규제 등으로 잠잠해졌지만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원씩 아파트값이 무섭게 올랐다"고 말했다.

강남권이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지만, 강북권 일부 지역도 지난해 초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강 북쪽 지역 14개 구의 평균 집값은 지난 1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4억원을 넘어서, 4억1137만원을 기록 중이다. 강북권에선 동대문구와 성북구, 마포구 등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이들 지역은 작년 초부터 1년 반 사이 5.5~7.4%가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강북 도심 지역에서 최근 재개발 사업으로 대규모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출퇴근하려는 젊은 층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아파트값이 강세"라며 "서대문구 연희동, 마포구 상수동·합정동 등 단독주택의 경우 리모델링해서 상가 등으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주택 투자수요 늘어나

서울 주택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상 최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중의 투자 자금이 그나마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택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자문팀 차장은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고액 자산가 입장에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그나마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집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서 시장 전체가 과열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주택시장에선 하반기에는 중도금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서울 주택시장의 강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한두 달 사이에 5000만~1억원씩 급등하면서 서울 전체 주택시장이 과열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며 "일부 주택시장을 제외하면 서울의 주택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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