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동천자이 2차’ 아파트 모델하우스.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이 ‘ㄹ’자 모양으로 수십m 줄을 서 있었다. 전용면적 59㎡ 모델 주택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30대 부부들로 북적였다. 청약 상담석은 40~50대 중장년 고객들로 꽉 들어찼다.
지하철 신분당선 동천역에서 걸어서 10분쯤 걸리는 이 아파트는 올 1월 30일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이후 분양한 첫 단지다. 지난 19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8대1, 전용면적 59㎡는 49대1의 최고 경쟁률로 11개 주택형이 모두 마감됐다. 이종갑 GS건설 분양소장은 “서울 강남이나 판교로 출퇴근하는 젊은 맞벌이 부부와 분당에 사는 중장년층이 대거 청약했다”고 했다.
신분당선 연장선이 이른바 ‘골드라인’으로 떠올랐다. 운행 4개월째 접어들면서 용인 수지구 등 주변 지역 집값이 최대 수천만원 뛰고 신규 분양 아파트에는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신분당선의 최대 수혜 지역은 용인 수지구가 꼽힌다. 신분당선 연장선이 통과하는 수지구 동천동과 풍덕천동, 성복동, 상현동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새 아파트 공급도 많다. 그동안 광역버스로 서울 강남역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지만 신분당선 개통 이후 20~30분대로 단축되면서 전세난에 지친 강남권 세입자들과 용인·분당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신분당선 뚫리자 아파트값 ‘껑충’
실제 신분당선 역 주변 중소형 주택은 지하철 개통 이후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금이 수천만원씩 올랐다. 동천역 인근 동천동 ‘우미이노스빌’ 전용면적 59㎡(로열층 기준)는 작년 12월 말 3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에는 2800만원 오른 4억 1800만원에 팔렸다. 수지구청역 인근 ‘래미안 수지이스트파크’ 전용면적 84㎡도 같은 기간 5억1640만원에서 5억4500만원으로 2860만원이 올랐다. 신분당선이 지나지 않는 죽전동이나 신갈동의 경우 같은 기간 동일 면적 아파트값이 2000만~3000만원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분양한 아파트 분양권에는 웃돈이 붙었다. 지난해 3월 성복역 인근에서 선보인 ‘e편한세상 수지’ 전용면적 84㎡는 분양가(4억7000만원)에 2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었다. 동천동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같은 지역이라도 역세권 여부에 따라 ‘신분당선 개통 효과’의 온도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통과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상현동(11.7%), 풍덕천동(15.1%), 동천동(7.0%) 등은 용인(6.3%)이나 수지구(8.8%) 평균보다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수지구 내에서 신분당선이 지나지 않는 죽전동, 신봉동은 각각 6.7%, 5.2% 오르는 데 그쳤다.
전세금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지난 2년간 신분당선 주변 성복동의 경우 최대 34% 치솟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금 상승이 매매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며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다 보니 아예 매매 전환을 고려하는 세입자들이나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2700여 가구 공급
이달부터 연말까지 신분당선 주변에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2700여가구가 분양된다.
이달에 동천동 ‘동천자이 2차’, 상현동 ‘상현더샵 파크사이드’ ‘성복역 골드타운 롯데캐슬’에 이어 다음 달 성복동에서 ‘성복역 KCC웰츠타워’가 공급된다. 10월쯤에는 성복동에 ‘성복역 푸르지오’도 분양될 예정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아파트는 몇 년 전부터 신분당선 프리미엄에 따른 시세가 반영돼 추가 상승 폭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 시세와 분양가를 비교해 보고 역과의 거리도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