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가격 3.29% 올라… 1월 상승률은 아파트값 웃돌아]
단독주택용지는 없어 못팔 정도… 청약 경쟁률 600대 1 넘기도
단독주택 허물어 빌라·음식점… 임대수익 얻으려는 수요 늘고
수도권 외곽 지역 주택은 은퇴자 등 거주용으로 인기
서울 송파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박모(47)씨는 작년 11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베어즈베스트청라GC(골프장) 내 면적 465㎡인 단독주택 부지를 7억5000만원에 샀다. 도심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박씨가 매입한 단독주택 부지 주변 118필지도 분양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다 팔렸다.
관리가 어렵고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던 단독주택이 각광받고 있다. 아파트를 벗어나 더 쾌적하고 개성 있는 주거 공간을 찾는 인구가 늘면서 지난해 거래량이 연간 기준 가장 많았다. 단독주택을 허물어 빌라나 음식점을 짓고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도 상승세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국내 주거용 건물에서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 정도로 아직 아파트(61%)보다는 낮지만, 임대 수익 수요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수요가 겹쳐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이 아파트보다 높아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전국 단독주택 매매 거래량은 12만9065건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대치이며, 지난해 아파트 매매 증가율(14.04%)보다 더 높다. 신축 허가를 받은 단독주택(6만8701건)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단독주택 용지는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다. 이달 18일 경기도시공사가 용인시 역북지구에 공급한 단독주택 용지 12필지는 평균 청약 경쟁률 603.4대 1을 기록하며 완판(完販)됐다. 전국 단독주택 가격은 1년 새 3.29% 올랐다. 2006년(5.12%)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올 1월에는 단독주택 매매가격이 0.11% 올라 아파트값 상승률(0.08%)을 웃돌았다.
◇도심에선 임대 수익 노리는 수요 증가
단독주택의 인기 원인은 지역별로 다양하다. 도심에서는 단독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을 지어 임대 사업을 하려는 수요가 많다. 작년 6월 단독주택을 허문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건물주는 "땅 용도를 변경해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면 월 400만~500만원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상점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이나 홍대 인근에는 단독주택을 개조해 운영하는 카페나 베이커리가 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단독주택을 용도 변경한 7428건 중 51.8%(3845건)가 다가구주택이나 일반 음식점으로 바꿨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점포 겸용 단독주택 용지의 청약 경쟁률은 평균 수백 대 1을 넘긴다"며 "노후 대책으로 월세를 챙기려는 수요가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은퇴자는 외곽 단독주택行
수도권 외곽 지역의 주택은 쾌적한 환경을 찾는 수요 덕분에 인기가 높다. 주로 자녀가 출가해 도심에 살 필요가 없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는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표들이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작년 11월 청라골프장에서 분양한 118필지의 단독주택 용지를 계약한 사람 중 35%가 삼성전자 협력업체, 현대제철 협력업체 대표 등 중소기업 대표였다. 27%는 의사나 약사를 포함한 자영업자였다. 작년 강화도 길상면에 단독주택을 지은 서모(50)씨는 "공무원 하다 퇴직한 뒤 텃밭을 가꾸는 여유 있는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어 아파트를 떠나 왔다"고 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최근엔 커뮤니티를 갖춰 아파트처럼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중소형 단독주택 단지가 많이 공급되고 있다"며 "아파트 일색 주거 문화가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