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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과잉이냐 적정이냐… 내달엔 갈림길

뉴스 이송원 기자
입력 2016.02.25 03:05

봄 성수기 들어서는 3월, 2000년 이후 최대인 4만3000가구 분양

"작년 아파트 분양 물량은 수요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건설 경기와 금융시장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공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어 장기 침체 가능성은 적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

최근 부동산 시장에 주택 공급 과잉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지난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분양 물량이 역대 가장 많은 52만여가구에 달했다는 통계가 발단이 됐다. 여기에 작년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미분양 주택이 1만가구 넘게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 논란에 불이 붙었다.

공급 과잉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은 미분양이 쌓이면 집값이 급락하고 세입자를 찾지 못한 새 아파트가 늘어 주택 경기와 실물 경기가 동반 침체되는 사태를 우려한다. 반면 시장 수요가 충분해 공급 증가를 해소할 수 있고, 올해부터 건설사들 스스로 공급량을 30% 정도 줄이며 자율 조정에 나선 만큼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도 만만치 많다.

◇"기초 수요보다 공급 초과" vs. "과거 부족 물량 많아"

양측의 최대 쟁점은 적정 공급 초과 여부이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많았느냐는 것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이 계획하거나 필요한 이상으로 과도했다"는 입장이다. 2011~2014년 착공 기준으로 연평균 아파트 공급량은 28만가구였는데 지난해 49만가구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2013~2022년 장기 주택 종합 계획'에서 계획된 연평균 아파트 공급량(27만가구)을 크게 웃돈다. 그는 "앞으로 증가할 가구 수(27만가구)와 멸실 주택 수(8만가구)를 고려한 기초 주택 수요(35만가구)와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연간 주택 공급량과 기초 주택 수요의 격차가 2011~2014년에는 연간 2만~17만가구 정도였지만 작년에는 37만 가구로 급증해 잉여 주택이 향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 연구위원은 2017~2018년 입주 시점에는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도 최대 3만가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론도 나온다. 주택 시장이 장기간 공급 가뭄에 시달렸던 만큼 증가분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2008~2013년까지 6년간 시장 침체로 공급이 위축되면서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4만5000가구가 부족했다"며 "분양 물량이 늘면서 올해 누적 기준 1만2000가구가 더 많아지겠지만, 이 정도는 시장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분양한 52만여가구가 2017년 34만가구, 2018년 상반기 17만가구의 입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공급 충격은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2016년 연평균 입주 물량은 23만여가구로 과거(2000~2010년) 평균인 32만가구에 비해 적어 증가분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 증가 빨라" vs. "미분양 비중 적어"

미분양을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미분양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점에 주목한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감소세였지만 하반기 들어 점차 늘어나면서 지난해 11월에는 1만7500여가구, 12월에도 1만1700여가구가 각각 늘었다. 그 결과 전국 미분양 물량은 작년 4월 2만8000가구에서 작년 12월 6만1000가구로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분양 주택이 올 상반기까지는 늘어나겠지만 건설사들도 올 들어 분양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만큼 점차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그 근거로 지난해 분양 물량이 역대 최대로 증가했지만 미분양 절대치는 과거 고점과 비교하면 많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해 분양 물량 대비 미분양 물량 비중도 11.9%로 2009년(54%)과 2011년(28%) 때보다 낮았다.

◇다음 달 전국 4만여가구 분양… 성공 여부 주목"

 주택 수요가 올해에도 꾸준히 유지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공급 과잉론자들은 최근 주택담보 대출 규제 강화, 대내외 경기 불안 등으로 주택 구매 심리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최근 1년6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고 올 1월 청약자 수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보다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주택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많다. 최근 주택 매매 시장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가 전세입자의 매매 전환인데, 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인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곳이 속출해 내 집 마련 수요가 뒷받침해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택업계는 봄 성수기가 시작되는 다음 달 신규 분양 성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 달 분양 물량은 3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4만3000여가구에 달한다. 서울 포함 수도권에서 2만1790가구, 지방에서 2만1230가구가 분양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음 달 분양 시장을 보면 공급 과잉 논란이 확실한 '경고'인지 단순한 '기우'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반포·개포동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와 청약 경쟁률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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