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5년 지난 임대아파트 8만가구 '분양 대란' 오나

뉴스 유하룡 기자
입력 2016.02.15 23:32

[표준건축비 8년째 동결… 업체들 원가 이하로 분양 전환해야 할 판]

건설원가 1억1559만원 아파트 현재 시세 1억7000만원인데 현행법상 1억594만원만 받아야
대부분 영세한 임대주택업체 "1000가구 분양 땐 100억 적자" 표준건축비 현실화 요구 탄원서
정부도 인상 필요성 인정하지만 서민 임대료 오를까 해법 고심

지방에서 10년 이상 임대아파트를 지은 A사의 장모 대표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2010년 9월 강원도에 5년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조건의 500가구 임대아파트를 지었다. 예정대로라면 작년 9월 임대 기간이 끝나 세입자들에게 분양전환이 진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분양전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양전환을 하게 되면 50억원 가깝게 손실이 불가피한 탓이다. 왜 그럴까. 이 아파트(전용면적 60㎡)의 건설 원가는 가구당 1억1559만원이었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라 현재 시세는 1억7000만원이다. 그런데 A사는 현행법에 따라 분양전환을 하게 되면 가구당 1억594만원만 받아야 한다. 가구당 1000만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다. 장 대표는 "현재 보유한 분양전환 임대아파트가 3000가구 정도 되는데 이대로 가면 300억원 넘는 손실이 불가피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집값이 올랐는데 건설사는 원가도 건지지 못하고 분양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가 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인 표준건축비를 8년째 묶어놨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전환을 앞둔 임대아파트는 전국적으로 8만여 가구에 달한다. 대부분 영세 임대주택업체가 보유 중이다. 이 업체들은 "8년 전 건설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분양전환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분양전환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져 분양을 원하는 세입자들과 마찰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5년 전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분양하라니…"

전국 중소 임대주택업체 800여곳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에 '표준건축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5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전환을 앞둔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5년 임대의 경우 분양전환 가격은 원칙적으로 분양전환 당시의 시세(감정평가 가격)와 입주 시 주택 가격을 평균한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양전환 시 주택 가격에서 입주 후 감가상각비(연 2.5%씩 5년)를 뺀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문제는 '분양전환 시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양전환 당시 표준건축비이다. 이 금액이 높아지면 분양 가격도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표준건축비를 8년째 묶어놨고 결과적으로 감가상각비까지 감안하면 애당초 지을 때 들어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할 수밖에 없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컨대 2010년에 1억1559만원이 투입된 전용면적 60㎡ 임대아파트를 분양전환할 경우 원가보다 1000만원 정도 낮은 1억500만여원에 분양해야 한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1억7000만원이다. 이송재 대한주택건설협회 본부장은 "결과적으로 5년이 지났는데 원가보다 1000만원 낮은 가격에 팔라는 것"이라며 "1000가구를 분양한다면 100억원 적자를 보는 만큼 중소업체로서는 도산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건축비지수 20% 올라…형평성 어긋나

임대주택업계는 표준건축비 동결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2008년 말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달하고, 건설공사비 지수도 20% 올랐다는 것이다. 정부는 분양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준 원가인 기본형 건축비도 같은 기간 20% 정도 올려줬다. 임대주택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은 대부분 힘없는 영세 건설회사가 짓고 분양주택은 대형 업체가 짓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5년 임대아파트가 본격 입주한 시점이 2011년이어서 올해부터 분양전환을 둘러싼 건설사와 입주민 간 갈등도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분양전환을 대기 중인 5년 임대아파트가 전국적으로 8만 가구, 앞으로 공급될 물량까지 합치면 12만여 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표준건축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표준건축비가 오르면 물가를 자극하고 서민 임대료도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표준건축비는 공공 임대 아파트의 임대료와 보증금 산정 기준이 된다. 국토부는 표준건축비가 10% 오르면 임대료가 5% 안팎 오른다고 추정한다. 작년에도 표준건축비를 인상하려다가 정치권 압력과 기재부의 반대 때문에 막판에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조만간 기재부 등과 협의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제의 뉴스

위기의 롯데, '심장'인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발표에도…"집값 비싼 분당만 될 것" 술렁
"신도시 재건축 착공 늦어지면 '승자의 저주'에 빠진다"
압구정이어 이번엔 한강 북측에 '초고층 병풍' 아파트 들어선다
'역세·학세권' 일산 후곡마을, 용적률 360%를 적용한 고밀 개발 가능 [일산 선도지구 확정]

오늘의 땅집GO

위기의 롯데, '심장'인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발표에도…"집값 비싼 분당만 될 것" 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