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법시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설 연휴 이후 주택시장 전망'
- 대출규제 강화 적응 시간 필요
3월부터 알짜 신규분양 공급, 청약분위기 서서히 살아날 듯
금리 인상 리스크 사라져 봄 이사철 기점으로 반등 예상
- 2~3월 전국 6만5000가구 분양
작년보다 물량 2배 이상 많아 분양 성적 따라 회복세 가늠
원금상환 계획 확실한 실수요자 내 집 마련 적기라는 분석도
겨울철 비수기에 대출 규제 강화, 공급 과잉 논란 등이 겹치면서 얼어붙은 주택 시장에 언제쯤 봄바람이 불어올까.
본지가 3일 부동산 전문가 10명에게 '설 연휴 이후 주택시장 전망'을 물어본 결과, "4월부터는 거래가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 신규 분양 시장이 먼저 움직이면서 주택 구입 수요가 살아나고 기존 주택 시장도 거래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예상이다.
◇"봄 이사철 시작되면 주택 시장 회복"
요즘 주택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506건으로 한 달 만에 30% 넘게 줄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00여건 적다. 집값도 약세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가 끝나고 봄 이사철 성수기가 시작되지만 3월까지는 약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이달부터 시작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공급자와 수요자들이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얼어붙은 분위기가 설이 지나고 바로 해동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3월부터 입지 좋은 알짜 신규 분양 아파트가 공급되기 시작하면 청약 시장부터 분위기가 서서히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설 이후에도 당분간은 매매 거래가 많지 않고, 전세나 월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금리 인상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국내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며 "주택 시장의 최대 악재였던 금리 인상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봄 이사철을 기점으로 기지개를 켜며 재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예년엔 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3월이면 시장이 살아났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워낙 냉랭해 이보다 조금 늦은 4월부터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설 연휴 이후 신규 분양 물량 쏟아져
전문가들은 2~3월 신규 분양 시장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전체 주택 시장 회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신규 분양 시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를 받지 않아 기존 주택 시장보다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 이를 겨냥해 건설사들도 2~3월 알짜 분양 물량을 쏟아내면서 청약 열기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인포는 "2~3월 전국에서 약 6만5000여 가구가 분양되는데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많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밀어내기가 집중됐던 2008년(2만3600가구)보다 175% 증가했다. 특히 4만7000가구 이상이 3월에 몰려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작년 말 예정됐다 갑자기 시장이 냉각되면서 연기됐던 물량이 봄 이사철을 맞아 집중적으로 나온다"며 "건설사들이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하반기보다는 상반기에 물량을 털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아파트와 강북권 재개발, 경기 동탄2신도시 등에 알짜 단지가 많다. 이달에는 현대건설의 서울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260가구)', GS건설의 경기 화성 '신동탄파크자이2차(376가구)'가 주목할 단지로 꼽힌다. 3월에는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블레스티지(396가구)'가 관심을 모은다.
지방에서는 이달에 대우건설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분양하는 '푸르지오(796가구)', 포스코건설이 다음 달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선보일 '더샵(552가구)', 동원개발이 같은 달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내놓는 '해운대 비스타동원(540가구)' 등이 알짜 물량으로 평가된다.
◇"입주 몰리는 위례·동탄, 지금이 매매 적기"
주택 구입 시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권일 팀장은 "내년에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급매로 나온 매물이 아니라면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대출 원금 분할 상환이 가능한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내 집 마련 적기라는 분석도 많다. 전세 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2~3년 동안 전세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상황은 이미 오른 가격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국면"이라며 "원금 상환 계획이 확실한 실수요자는 지금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고종완 원장은 "부동산 경기 사이클로 보면 내년까지는 꾸준하게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실수요자라면 집값의 40% 이내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전략이 안전하다"고 했다.
이남수 팀장은 "입주 물량이 쏟아지며 가격이 하락하는 동탄2신도시나 위례신도시 아파트는 1년이 지나면 다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매매 적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