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깐깐해진 담보 대출… 움츠러든 주택 시장

뉴스 김지섭 기자
입력 2016.01.31 22:18

[오늘부터 수도권 심사 강화]

거치기간 줄고 소득수준 따져
금리 상승 위험성까지 고려… 기준 엄격해지며 집 매매 줄어
"적용 면제하는 예외 사례 많아… 적당한 수준 대출은 문제 없어"

올 10월에 결혼 날짜를 잡은 회사원 장모(34)씨는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 고민이다. 은행 대출을 끼고 6억원대 초반에 매물로 나온 서울 마포의 31평형 아파트를 살 생각이었는데 은행의 대출 심사가 깐깐해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은행 돈을 많이 빌리려면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을 지금처럼 3~5년으로 할 수 없고 1년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는데, 그렇다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대출을 받자니 부담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1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시행된다. 수도권 외 지역은 5월 2일부터 시행된다. 장씨처럼 올해 주택을 마련할 예정이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까지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져 자금 마련과 상환에 어려움을 겪게 되지나 않을까 궁금해하고 있다.

주택 시장은 일단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가격과 거래량 모두 주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으려고 하거나 받은 사람에게는 영향을 미치겠지만, 소득 수준에 맞춰 적당한 수준에서 돈을 빌리려는 경우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면제해 주는 예외 사례도 많다. 아파트 분양을 받고 중도금이나 잔금, 이주비 등을 집단대출 받거나 상가·오피스텔을 담보로 사업자 명의로 대출받는 '사업자 대출' 등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 은행 여신 담당자는 "가장의 사망이나 퇴직으로 수입이 끊겨 의료비 같은 긴급 생활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경우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할 때도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시행 앞두고 움츠러든 주택 시장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주택담보대출은 거치 기간, 소득 수준, 금리 상승 가능성 등 3가지 문턱이 생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대출은 거치 기간이 기존 3~5년에서 1년 이내로 줄어든다. 대출자에 대한 소득 증빙도 엄격해진다. 그동안은 신용카드 사용액, 임대 소득 등으로 추정한 소득을 사용해서 대출을 해줬지만, 앞으로는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금액증명원 등 객관성 있는 자료로 소득을 입증해야 한다.

변동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금리를 더한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 레이트·Stress Rate)'라는 새 기준이 적용된다. 현재 금리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상승가능금리를 적용할 경우 DTI(총부채 상환 비율)가 80%를 넘으면 대출 금액을 줄이거나, 고정 금리로만 대출이 가능하다.

위의 3가지 조치 모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를 잡아 가계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금융 당국에서는 올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약 126조원)의 20%가량인 25조원 정도가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시장은 벌써부터 움츠러들고 있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전국의 주택(아파트·연립주택 등 모든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대비 0.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작년 12월 상승률(0.15%)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택 거래도 뜸해졌다.

서울시 집계(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358건으로 전달(8214건)에 비해 34%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2~10월 사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 건 이하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둔화되는 모습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7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477조1000억원)에 비해 2조8000억원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0조원가량 늘어났는데, 증가 폭이 둔화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획일적으로 대출이 줄거나 자격을 갖춘 실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은행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경우, 자신이 어떤 상환 방식이나 금리 유형을 택할 수 있는지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금융 정보 앱인 '안심주머니'에 셀프 상담 코너를 개설해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대출 방식 정보를 제공한다. 전국은행연합회는 홈페이지(www.kfb.or.kr)를 통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궁금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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