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시장 활황으로 한창 오름세를 보이던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이 나오자, 건설사들이 가격 조정에 나섰다.
삼성물산이 2일부터 1순위 청약을 받기 시작한 동작구 사당동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는 인근 단지들보다 비교적 대지가 평탄한 곳에 들어서는데도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를 낮다.
당초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는 ‘준(準) 강남권’에 들어선다는 이유로 ‘송파 헬리오시티’와 비슷한 3.3㎡당 260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할 전망이었다. 그러나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 분양가는 3.3㎡ 당 2030만~2070만원대다. 또 전용 84.9 ㎡(151가구) 분양가를 최저 6억3550만원, 최고 7억620만원으로 책정했다. 전용 59㎡는 최저 5억 2900만, 최고 5억 7190만원이다.
지난 2013년 2월 입주한 동작동 ‘이수 힐스테이트’ 전용 84㎡가 현재 8억2000만원대에 거래 중인 것을 감안하면 시세보다 낮다는 분석이다. 인근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올해 주변에서 입주를 시작한 ‘이수역 리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평균 6억6000만원”이라며 “래미안 이수역 로이파크가 이수역 리가보다 브랜드 가치도 훨씬 높고 위치가 좋은데도 가격이 예상보다 낮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고양시 중산동에서 분양하는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도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낮다. 당초 주변 시세보다 비싼 3.3㎡당 1300만원대에 분양가를 책정하려다 3.3㎡당 1100만원대로 가격을 조정했다.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전용 84㎡ 기준으로 최소 3억7900원, 최대 4억1080만원에 분양 예정이다.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주변 오래된 주공 아파트인 하늘마을 단지 시세는 평당 1100만원, 다른 민간 아파트들은 1200만원대”이라며 “일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이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고 새로 들어서는 민간 아파트인데도 주변 단지와 비슷하거나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산구 중산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과거 일산 지역에 분양했던 위브더제니스 등 고급 브랜드 아파트가 미분양이 났던 사례가 있어서 (건설사들이) 분양가와 분양 실적에 민감하다”며 “센트럴 아이파크도 미분양 물량을 안고 가지 않고 가급적 빨리 분양을 마감하기 위해 분양가를 낮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건설과 신동아건설이 2일 분양을 시작한 ‘동탄자이파밀리에’ 역시 주변 아파트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낮다. 이 아파트는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이라 동탄2신도시 일대 들어 선 신규 아파트보다 분양가를 낮게 책정했다. 동탄자이파밀리 분양가는 3.3㎡당 평균 980만원대다. 인근 동탄2 ‘신안인스빌 리베라’는 3.3㎡당 평균 1030만원대, 동탄 ‘반도 유보라 9.0’은 3.3㎡당 1029만원대에 공급한다.
건설사들이 이렇게 잇달아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내 놓는 이유는 고분양가가 미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일부 지방, 수도권 지역에선 이미 단기간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분양시장이 달아오르자 건설사들이 올 한해 평당 분양가격을 한껏 높여 놨지만 연말 들어 업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급하게 조정 작업에 나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0월 수도권 미분양주택은 전월보다 7.1%(1027가구) 늘어난 1만5576가구라고 밝혔다. 7~9월에는 미분양이 소폭 감소했지만 넉 달 만에 증가 것이다. 경기에서 976가구 늘었고 인천과 서울은 각각 38가구, 13가구 증가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항후 미분양 물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 부동산114는 12월 전국 아파트 분양예정물량이 3만6872가구라고 밝혔다. 지난 3년 평균인 1만9589가구보다 88% 많다. 이중 수도권은 2만2620가구, 지방은 1만4525가구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팀장은 “주택 분양이 10~12월에 몰려 있다”며 “10월 이후 청약한 전국 120여개 단지 중에서 1순위 마감한 곳은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도 청약률은 높았지만 초기 계약률이 낮았다”며 “미분양 물량이 계속 쌓이면 공급 과잉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