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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집 사도 괜찮나?' 청약경쟁률만 믿다가 낭패 본다

뉴스 진중언 기자
입력 2015.11.19 10:21 수정 2015.11.19 16:11

아파트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는 올해 연말까지 분양되는 아파트 물량이 50만 가구에 달해 2000년 이후 가장 많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공급량(33만854가구)보다 17만 가구가 늘어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9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3만2524가구로 8월 말(3만1698가구)보다 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6~8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미분양 물량이 하반기에 ‘밀어내기식’ 공급이 늘어난 탓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실수요자들은 ‘지금이 집을 사도 괜찮은 때’인지 고민스럽다. 한쪽에선 신규 분양 아파트가 ‘수백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다른 한쪽에는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선 건설사들은 분양 성공을 위한 마케팅에만 열중할 뿐, 실수요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계약률 공개는 주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경쟁률만 믿고 섣불리 아파트 분양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청약경쟁률은 높아도 실제 계약률이 저조해 미분양 단지가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분양에서 당첨된 사람들이 실제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계약율은 ‘영업 기밀’이라며 잘 공개하지 않는다.

실제로 높은 청약경쟁률과 달리 계약이 잘 되지 않아 고전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8월 부산 동래구에서 분양한 D아파트는 평균 45.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지만, 상당수 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아있다. 미분양 지적에 대해 건설사 측은 “8월 말 기준 계약률 75.4%, 10월 말 기준으로는 86.2%의 계약을 완료했다. 70%가 넘는 초기 분양률은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반박했다.

서울과 수도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강남권과 인접한 경기도 광주의 H 아파트는 3000가구 넘는 대단지에도 5월 분양 때는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미계약분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P아파트는 3.3㎡당 평균 4000만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평균 21대 1, 최고 131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계약률은 90% 정도로 청약에 당첨된 수십 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분양 관계자는 “아무래도 투자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저층부나 동호수가 마음에 안 들 경우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약 수요자들이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단지별 계약률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도시주택보증공사가 국가통계포탈에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이 나오지만 서울·경기·부산 등 지역별 통합 수치여서 개별 단지의 계약률은 판단할 수 없다.

건설사들은 계약률을 공개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계약률이 낮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분양받은 사람들까지 무더기 계약포기로 이어져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나고,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악영향을 미쳐 건설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효과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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