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청약 경쟁률 세우며 흥행가도
최근 부산 해운대구에 분양한 주상복합 '엘시티 더샵'은 꼭대기층에 들어서는 펜트하우스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단 2가구가 공급된 전용면적 244.61㎡ 주택의 분양가가 67억9600만원에 달했지만, 지난 14일 1순위 청약에서 137명이 몰렸다. 펜트하우스에서 평균 68.5대1이라는 이 단지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엘시티 분양 관계자는 "해운대 앞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데다 희소성이 있고 미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늘 위 단독주택'의 흥행
펜트하우스가 올해 분양 시장의 흥행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고층 아파트와 호텔의 최상층에 위치한 고급 주거 공간을 의미하는 펜트하우스는 '하늘 위의 단독주택'으로 불린다. 꼭대기층에 1~2가구 정도만 들어서는 데다 조망권이 뛰어나고 층고가 높아 실내가 탁 트인 느낌을 준다.
국내에 펜트하우스는 2000년대 초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전용 301㎡ 펜트하우스가 들어서면서 본격 등장했다. 이후 고급 주상복합에 잇따라 도입되면서 부유층 주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금융 위기 이후 고가(高價) 대형 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펜트하우스 공급도 한동안 뜸해졌다. 침체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부동산 경기 훈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말부터다. 수도권 신규 분양 단지에서 펜트하우스가 속속 공급되며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아파트 '힐스테이트 광교'의 전용 155㎡ 펜트하우스(4가구)는 35.8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해 이 단지의 전체 평균 경쟁률(20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올 4월 성북구 장위동에서 공급한 '꿈의숲 코오롱하늘채'(전용 93㎡)와 올 6월 분양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꿈의 그린'(전용 152㎡)도 펜트하우스가 각각 22대 1, 8.5대 1의 단지 내 최고 경쟁률을 세웠다.
이미 분양한 펜트하우스에는 1억원 이상 웃돈이 붙어 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위례 자이' 펜트하우스는 3억원 이상, '힐스테이트 광교'의 펜트하우스는 1억5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덩치와 가격 낮춘 실속형 등장
전문가들은 콧대 높던 펜트하우스가 체질 개선을 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몸집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며 실속형으로 변모하면서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 과거 공급된 펜트하우스는 대부분이 전용면적 198㎡를 초과했다. 2004년 입주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3차'의 펜트하우스는 전용면적이 235㎡에 달했다. 2011년 입주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펜트하우스도 271㎡다.
하지만 최근에는 165㎡ 이하가 많다. 중소형 위주로 구성된 단지에는 90㎡대 펜트하우스도 등장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의 주력 주택형이 전용 84㎡인데, 가장 꼭대기층에 들어가는 펜트하우스도 이 틀에 맞추다 보니 덩달아 크기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도 저렴해졌다. 지난해 공급된 '위례 자이' 134㎡형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11억원, 올 7월 경기 평택 '자이더익스프레스'의 펜트하우스 98㎡B형은 5억원대다. 단독주택 마당처럼 넓은 테라스를 두거나 자녀와 부모 공간으로 분리되는 2세대 동거형을 선보이는 등 평면도 다양해지고 있다.
연말까지 서울 도심과 수도권에서 펜트하우스가 공급이 이어진다. GS건설은 이달 경기도 오산 '오산세교자이'에 테라스형 펜트하우스로 전용 75㎡ 15가구와 전용 83㎡ 35가구 등 총 50가구를 공급한다. 한강 조망이 좋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서울숲리버뷰자이'에도 전용 130㎡, 141㎡의 펜트하우스 10가구를 내놓는다.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에서도 고급 주거 수요를 겨냥한 펜트하우스가 분양된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자이3차'(전용 119㎡ 6가구),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전용 153㎡ 6가구),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101㎡·120㎡ 11가구) 등이 공급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펜트하우스를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접근할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 매매가 가능한 고소득층 수요가 충분한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