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집값·전세금, 금융위기 후 장기침체 빠졌다 급등… 신규 분양도 쏟아져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서 견본주택을 개관한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인 6800가구를 분양하는 만큼 이 아파트의 성공 여부는 올 하반기 용인은 물론 수도권 주택 경기를 좌우할 바로미터로 여겨지고 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도 당초 3.3㎡당 분양가를 평균 799만원까지 낮췄다.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에 소비자들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 27일까지 닷새간 16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견본주택을 찾았다.
한때 수도권 주택시장의 블루칩이었다가 2007년 이후 미운 오리 신세로 전락했던 경기 용인 지역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올 들어 아파트 거래가 급증하고 시세도 오름세다. 신규 분양 시장에도 청약자가 몰린다. 용인 수지구와 기흥구에 선보였던 아파트들은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초기 완판(完販)에 성공했다. 건설사들도 다음 달까지 1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매매·전세 동반 강세"
용인시는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으로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 20%대로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대형 주택이 많았던 용인에서는 미분양이 급증하고 주택 거래가 얼어붙었다. 아파트값은 2008년 마이너스 9.3%를 시작으로 2013년까지 내림세를 이어갔다.
분양 시장도 침체에 빠졌다. 공급 물량이 급감하고 청약 성적도 저조했다. 2010년의 경우 1년 동안 아파트 5114가구가 분양됐지만 2539명만이 청약해 평균 청약 경쟁률이 0.5대1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도권 전세난에 지친 수요자들이 가격 거품이 빠진 용인을 대체 주거지로 주목하면서 집값과 전세금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용인 아파트값과 전세금은 각각 3.7%, 6.4% 올랐다. 올해도 9월 말까지 매매가는 3.6%, 전세금은 6.2% 올라 지난해 상승률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실수요자들이 시장을 이끌며 중소형 위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수지구 풍덕천동 '수지 신정마을 9단지' 전용면적 59㎡ 매매가는 연초 3억750만원에서 현재 3억5250만원으로 4500만원 올랐다. 용인의 부활에는 교통망이 좋아져 서울 강남 접근성이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실제 2009년 용인~서울고속도로에 이어 2013년 용인경전철(에버라인)과 분당선이 개통됐고 내년에는 신분당선 연장 구간도 완공 예정이다.
◇"대단지 쏟아져"… 공급 과잉 우려는?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용인의 미분양 물량은 2012년 말 6600여가구에서 올 9월 말 기준 4200여가구로 36% 줄었다. 올 3월 분양했던 용인 풍덕천동 'e편한세상 수지'는 최고 36대 1로 전 가구가 1순위에서 마감했다.
건설사들도 아파트 분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동산114는 28일 "용인에서 올 4분기에 6개 단지, 1만4000여 가구가 신규 분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일 분양 사상 최대 규모인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6800가구)가 대표적이다.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의 약 9배 규모 대단지로 시립유치원, 4개의 초·중·고교, 대형 공원, 스포츠파크, 스트리트몰 등 각종 기반 시설이 갖춰진다.
GS건설은 수지구 동천2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동천 자이'를 내놓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공원 등이 인접해 있고 판교 남쪽에 붙어 있어 입지 여건이 뛰어나다. 전용면적 74~100㎡ 총 1437가구 규모로 2차분까지 합치면 총 3000여가구에 달한다. 롯데건설은 수지구 성복동에 '용인 성복역 롯데캐슬'(2356가구)을 공급한다. 내년 2월 개통할 지하철 신분당선 성복역이 붙어있다. 중견 업체인 동원개발은 용인 역북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용인역북 명지대역 동원로얄듀크'를 선보인다. 중소형인 전용면적 59·84㎡로만 이뤄진 게 특징이다. 용인경전철 명지대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연간으로 용인 지역 분양 물량은 2만5000가구를 넘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량(2100여가구)의 10배를 넘는다. 일각에서 2007~2008년처럼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과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이유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는 중대형 분양 물량이 많았고 분양가도 시세보다 비쌌다"면서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실수요가 많은 중소형이 대부분이고 분양가도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제외하면 신규 공급도 많지 않았다. 2011년 이후 4년간 연평균 분양 물량이 3000가구를 넘지 않았다. 분양대행사인 더감의 이기성 대표는 "2006년 이전에 준공해 입주 10년이 넘은 아파트도 많다"면서 "이른바 '교체수요'가 풍부해 당분간 분양 물량이 늘어나도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