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서울시 주민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 집을 사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수도권 지역에 내 집을 장만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 난민(難民)’의 ‘서울 엑소더스(exodus·대탈출)’이다.
본지가 14일 국토교통부의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에 주소를 둔 사람이 경기도 내 아파트나 빌라 등 주택을 산 경우는 2만4134건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매 거래량(1만7142건)보다 41% 정도 늘었다. 서울 주민이 인천 소재 주택을 사들인 거래도 3574건으로 작년 동기(2468건)보다 45% 가까이 증가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김광석 이사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도 제법 되지만, 기본적으로 서울의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을 사들이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하남·구리·광명 등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서울 주민의 주택 매매가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 하남은 올 1~7월 서울 주민의 주택 구입 건수가 2387건에 달했다. 7개월 만에 지난 한 해 전체 거래량(2324건)을 넘어섰다. 하남은 올해 재건축 아파트 이주 수요가 많았던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가깝다. 하남의 S공인중개 관계자는 “30대부터 50~60대까지, 전세나 매매 가릴 것 없이 서울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서울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하남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서울 주민이 경기도 구리에 집을 산 경우도 664건으로 2014년 총 거래량(606건)을 넘어섰다. 서울 서남부에 접한 광명도 1001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서울 전세금이면 수도권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실수요자 위주의 매매 거래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수도권 내에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에 접근하기 좋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