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공급 확대 '투트랙'
고령층·대학생 주거에 초점, 정부가 다가구·미분양 매입
내년 2000가구 전세로 임대… 대학생에 행복주택 우선 배정
"다주택자 임대소득 稅감면등 금융·세제 측면서 지원 필요"
정부가 2일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을 다시 내놨다. 올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전세금이 6년6개월째 계속 상승하고, 월세 가격도 급등하는 등 주택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방안에서 공공 부문에서는 대학생과 고령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민간 임대주택은 규제 완화로 공급을 촉진하는 투 트랙(two-track) 해법을 제시했다.
◇고령층·대학생 주거 불안 해소에 주력
공공 부문은 고령층, 독거 노인, 대학생 등 주로 1인 가구 주거 불안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7월 청와대에서 열린 3차 핵심 개혁 과제 점검 회의에서 "저소득층 독거 노인이나 원룸에 사는 대학생들에게는 공공 임대주택 혜택이 충분하지 않다"며 맞춤형 주거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다. 국내 저소득 독거 노인은 약 19만여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소득 대비 임차료 비율은 40%에 이른다. 일반 가구의 2배 수준으로 주거비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영구·국민임대 등의 공공 임대주택은 건설에 최소 3~4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공급이 가능한 전세 임대를 활용하기로 했다. 고령층과 대학생은 내년에 각각 2000가구씩 전세 임대 물량이 늘어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다가구·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전세로 주는 리모델링 매입 임대도 올해 1000가구에서 내년에는 2000가구로 늘린다.
대학생을 위한 주거 안정 대책도 포함됐다. 2017년까지 계획된 행복주택 3만가구 중 5000가구를 대학생에게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또 대학이 밀집한 서울 동소문동과 휘경동 등의 유휴 대학 부지를 활용해 2017년까지 3년간 매년 행복 기숙사 10곳씩을 짓는다는 계획도 내놨다.
◇"전세난 해소할 근본 대책 없어"
이번 대책은 저소득 취약 계층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전·월세 안정 대책으로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당장 직접적으로 늘어나는 공공 임대주택 규모가 5000가구 정도에 그친다. 전·월세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민간 임대인 뉴스테이 공급을 당초 계획보다 5000가구가 많은 2만가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규제 완화, 부지 제공 등을 통해 뉴스테이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노후 단독·다가구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개량해 시세의 50~80%에 임대하는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 사업을 통해서도 1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집주인에게는 연 1.5% 저리로 가구당 최대 2억원까지 개량 자금이 지원된다.
하지만 민간에서 추진되는 뉴스테이와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는 공급 여부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획기적인 전·월세 대책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전·월세 대출 확대와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 정도가 실행 가능한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든 만큼 정부가 월세 시장 연착륙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과감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공유형 모기지처럼 세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해 전세 시장의 압력을 줄여줘야 한다"며 "월세 전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놓는 다(多)주택자의 임대 소득에 대해 과세를 감면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국내 임대 시장은 민간 비중이 80~90%에 달한다"면서 "민간 임대 주택이 대폭 늘어날 수 있도록 임대 사업자에 대한 금융·세제 측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