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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전세난에...신축빌라 우후죽순

뉴스 이송원 기자
입력 2015.08.23 19:21

이달 21일 낮 서울 강서구 화곡 1동.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에서 내려 인근 골목에 들어서자 전봇대마다 ‘신축 빌라’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다가구·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선 골목마다 다가구 주택 철거 공사와 신축이 한창이었다. 화곡1동 일대에서 올해 준공 1년 미만의 신축 빌라 공급은 지난해보다 50% 넘게 늘었다. 골드공인중개사 전우익 대표는 “지난해에는 신축 빌라가 모두 분양되는데 6개월~1년 걸렸지만, 최근에는 한 달 내에 거의 다 팔린다”며 “짓기만 하면 모두 팔려나가니 건축업자들이 빌라 지을 땅을 사느라 혈안이 돼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연립주택 건축허가 5.7배 급증

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빌라(연립과 다세대 주택을 통칭하는 용어) 공급이 치솟고 있다.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지상 4층 이하의 공동주택으로 연면적 660 ㎡ 이상은 연립주택, 연면적 660㎡ 이하는 다세대주택으로 구분된다. 빌라는 가격이 저렴해도 나중에 되팔기 어렵고 아파트에 비해 보안과 관리 수준이 떨어져 주택 시장에서 ‘찬밥 상품’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전세난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 대신 빌라 입주를 희망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은 연립·다세대 주택은 연면적 기준 387만6628㎡로 작년 상반기(245만5635㎡)에 비해 60% 정도 증가했다. 특히 전세난이 극심한 수도권은 상반기 건축 허가를 받은 연립주택 면적이 작년 상반기의 5.7배에 달한다. 올 상반기 착공한 빌라 물량도 작년 동기 대비 1.4배 늘었다. 서울 도심에서는 단독·다가구 주택을 허문 자리에 다세대 주택이 세워지고 있고, 수도권 외곽에서는 집단 빌라촌이 들어서고 있다. 빌라는 3개월 정도면 건축을 마칠 수 있어 공급 증가 속도가 아파트보다 훨씬 빠르다.

빌라 수요 증가는 아파트 전세금 정도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7월 전국 3.3㎡당 빌라 매매가는 835만원으로 아파트 전세가격(830만원)과 비슷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빌라가 전세난의 피난처로 각광받으면서 공급량이 최근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라 매매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빌라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아 집 장만에 나서거나 월세를 놓기 위해 빌라를 구입하는 임대업자 등이 동시에 늘고 있는 덕분이다. 지난달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1만9900건)은 작년 7월(1만2697건) 대비 57% 정도 증가했다.

◇“빌라 폭증으로 주거 여건 악화 우려”

하지만 부동산·주택시장에서 빌라 공급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빌라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노후 속도가 빠르고 자산 가치도 쉽게 떨어진다”며 “단기간에 빌라 공급이 크게 늘어난 지역에서는 나중에 집이 안 팔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심각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인허가가 폭증했으나 2~3년 뒤인 2004년에는 집주인이 오히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 문제가 발생했었다.

난개발(亂開發)에 따른 주거 여건 악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개별 건축주나 사업자들에 의해 단기간에 조성되는 빌라촌에는 주차공간, 놀이터, 학교 등 기반·편의시설이 부족해 전반적인 주거 여건이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빌라는 가급적 매매보다 임차(賃借)를 추천한다”며 “집을 살 때는 주변 시세를 잘 알아보고 조금 비싸더라도 교통 요지에 위치한 주택을 골라야 나중에 팔 때 애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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